`DJ 방북’ 정치 쟁점화 조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4월 방북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기가 미묘하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둔 그의 방북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각 정파 마다 속계산이 다른 탓이다.

정치적 이슈 제기는 10일 한나라당이 시작했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올 봄에는 한반도를 가로 지르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선거용 북풍내지 북서풍이 5월 하순까지 심하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풍 속에는 중금속성 남북정상회담설 먼지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해 들어있는 만큼 국민은 후보선택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선거때마다 돌출 변수로 떠올랐던 ‘북풍’(北風)을 이번 방북에 비유한 것이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이 DJ방북에서 얻어진 성과를 국내용으로 다시 만들어 정국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필요한 색깔론을 제기하진 않겠지만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표적 정보통인 김정훈(金正薰) 당 정보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지난번 (2000년) 남북 정상회담때도 16대 총선 직전에 발표를 했는데, 지금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북을 할 것이라고 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그런 정치적 이벤트에 넘어갈 정도로 허술하지 않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방북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어부 일부를 송환해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이렇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국민·야당과의 협의도 없이 비밀리에 일방적으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 “미국은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어젠더가 있을 때 ’순회대사’ 역할을 한다”며 “DJ가 방북해서 고착된 남북관계 현안을 해결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상반된 의견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이날 불교방송에 출연, “김 전 대통령이 열차로 방북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루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다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이용하려 하더라도 요즘 국민이 현명해서 그런 냄새를 금방 맡아버린다”며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DJ 방북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민족문제를 선거로 해석하는 시각에 놀라울 뿐”이라며 “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 문제를 바라보는 성숙한 사고방식으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각 정파가 한 날 DJ의 방북 문제를 가지고 한마디씩 했지만 내부 기류는 사뭇 달라 보였다. 정형근 의원의 깊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한나라당의 전반적 기류는 부정적이다.

DJ의 방북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더욱이 DJ가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수차례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이 나의 후계자다”, “잘 되도록 성원하겠다”, “전통적 지지기반을 상실하면 안된다”는 등의 언급을 해온 점이나, 최근 이 철(李 哲)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대통령 전용열차를 이용한 방북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한나라당의 경계심을 자극한 요인으로 보인다.

심지어 DJ의 직계를 자임하는 민주당조차도 4월 방북에 떨떠름하다. 이번 방북 계획이 DJ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임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의 부정적 기류는 DJ 방북이라는 초특급 이슈가 제기됨으로 인해 선거판이 양강 대결로 흐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방북 성과가 열린우리당의 과실로 직결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열린우리당은 직접적 내색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폭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세력, 특히 수도권 호남 민심의 집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DJ의 방북이 지방선거 뿐 아니라 향후 정국지형을 바꿀 메가톤급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의 방북 및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본격화 될 수 있고, 심지어 영토조항 등을 포괄하는 개헌론 촉발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 정파의 ‘제각각’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측은 “정치권의 일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DJ측의 한 관계자는 “당초 방북 시점을 잡을 때 이미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