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r. Chairman’ 부시 親書는 힐 작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친애하는 위원장님(Dear Mr. Chairman)’이라고 호칭, 이목을 끌었던 지난해 말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작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클 치노이 전 CNN 아시아 담당 수석기자는 최근 발간한 저서 `멜트다운(Meltdown.파국):북한 핵위기의 속얘기’에서 작년 말 북핵신고를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 과정에 `깜짝카드’로 등장했던 부시 대통령의 친서 막전막후를 공개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을 `피그미’, `독재자’라고 불렀던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친서를 보낸 데다가 `Dear Mr. Chairman’라고 정중하게 불러 `친서사건’은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 전환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언급되기도 했다.

저서에 따르면 당시 친서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선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예우하는 편지를 보내는 상징적인 조치를 취하면 영향력이 굉장할 것이라는 힐 차관보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방북을 앞두고 있던 힐은 “친서가 자신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북한인들에게 대결에서 대화로 바뀐 부시 행정부의 태도가 진심임을 확신시킬 것”이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보고했다.

첫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힐은 이번엔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 뿐만아니라 나머지 4개국 정상들에게도 사적인 친서를 보낼 것을 건의했다는 것.

힐 차관보는 북한전문가로 한국계 미국인인 유리 김 국무부 한국과(課) 북한담당관에게 5개의 부시 대통령 친서를 쓰도록 지시했고, 수시간 내에 친서는 라이스 장관에게 전해졌다.

라이스 장관은 추수감사절 휴일에 부시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할 경우의 잇점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힐 차관보는 그 다음 주초 친서에 대한 확신도 없이 계획된 아시아 국가 및 북한 방문을 위해 워싱턴을 떠났다는 것.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월 30일 금요일 밤에야 친서 내용에 마침내 동의했고 부시 대통령이 12월 1일 아침에 친서에 서명함에 따라 유리 김 담당관이 서울에 머물고 있는 힐과 합류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면서 친서를 받았다.

힐과 함께 서울에 머물고 있던 성 김 한국과장은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김명길 공사에게 “힐 차관보가 부시 대통령의 친필사인이 담긴 친서를 갖고 방북한다”면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며 북한은 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

전화로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김명길 공사는 처음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즉각 평양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치노이는 소개했다.

성 김 과장은 이와함께 힐 차관보가 직접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북한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7년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머물렀던 백화원 초대소에서 묵으며 카운터파트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직접 친서를 전하겠다고 밝혔으나 김 부상은 이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대체로 외국인을 만나지 않는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북한 측은 또 김 위원장이 군부대 방문을 위해 평양 밖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우며 힐 차관보가 박의춘 외무상에게 친서를 전달할 것을 제안했다.

친서 전달 방안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힐 차관보는 결국 12월5일 북한 외무성 건물에서 박의춘 외무상에게 부시 대통령이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첫번째 친서를 전달해야 했다.

이에 대해 치노이는 힐 차관보의 직급이 낮은 데다가 북한 측이 친서의 내용과 톤에 대해 우려했기 때문에 힐 차관보가 직접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것을 꺼린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깜짝쇼’에도 불구하고 친서에서 드러난 선의가 북한 핵신고 문제를 둘러싼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의 협상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고 치노이는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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