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6일의 드라마’ 뒷얘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북핵 6자회담 5박6일의 드라마는 회담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전할 수 없었던 뒷얘깃거리를 적잖이 낳았다.

회담 초반에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각각 환영 논평을 준비하기도 했었고 6자회담 사상 처음으로 자정을 넘긴 마라톤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협상결렬도 불사하며 `대북 지원 균등분담의 원칙’을 관철시켰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환영 논평 준비 = 회담 초반인 8∼9일까지만 해도 회담은 타결을 목전에 둔듯 순항을 계속했다.

이미 베를린 북.미 회동을 통해 협의가 깊이 있게 진행됐던 만큼 3~4일 만에 끝날 것이라는 의장국 중국의 예상이 허언이 아닐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8일 자정을 전후해 중국의 합의문 초안이 조기에 회람되면서 이같은 기대는 극에 올랐다.

각 수석대표들로부터 “좋은 출발” “공동성명이 도출되기를 희망” “협의 기초로는 좋은 초안” 등 평가가 이어졌다.

각국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 9일 6개국 대표들은 타결이 임박한 듯 보이는 상황까지 갔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대표단으로부터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직접 백악관에서 6자회담 타결 발표를 하면서 환영 논평을 할 준비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도 각각 협상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로 회담장에서 들려오는 상황엔 기대감이 팽배해 있었다.

심지어 양국 정상은 합의문 타결이 이뤄질 경우 전화통화 계획까지 잡아놓았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단추를 채웠다며 이번 협상 타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부산한 움직임과는 달리 9일 회의 막판에 에너지 지원문제가 암초로 부상하면서 `8일로 예상됐던’ 양국 정상의 환영 제스처는 무산되고 말았다.

◇숨가빴던 12일..극적 반전 =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회담전망이 비관과 낙관을 넘나들던 12일 마지막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처음에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중유 제공 범위에 북한과 5개국이 접근하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중국은 접점을 찾기 위해 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 순으로 각국과 연쇄접촉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이어 북.미 양자 협의와 이번 회기들어 처음 이뤄진 북.일 양자 협의는 상충된 입장을 조율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측 합의문 초안을 바탕으로 논의하던 참가국들은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며 이견 좁히기에 나섰고 드디어 오후 9시께부터는 각국 대표단이 `공동문건’ 조율작업에 들어갔다는 회담 소식통의 전언이 이어졌다.

오후 11시10분부터는 회담의 성패를 가를 세번째 북.미 양자접촉이 시작됐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벌인 협의가 `타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3일 오전 3시30분께. 각국 프레스룸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6자회담에서 자정을 넘겨가며 협상을 벌이기는 유례가 없던 일.

이날 협의를 시작한지 무려 16시간만의 극적인 타결이었다.

◇”합의문 원안 우리가 `저자'”= 이번 협상의 산파역을 담당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협상결렬의 가능성까지 무릅쓰고 대북지원의 균등분담 원칙을 고수, 이를 관철시켰다.

자칫 국내에서 `덤터기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의 반대를 물리치는데 성공한 것이다.

당초 중국측의 합의문 초안이 나오자 천 대표가 균등분담 원칙을 추가한 수정안을 내겠다고 하자 다른 대표들이 “제발 참아달라” “모두 합의한 다음에 하자” “워킹그룹에서 논의하자”고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은 “이행되지 못할 합의는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며 “공평한 재원 분담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지고도 이행이 안될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소개했다.

한국 대표단은 이에 따라 독자적으로 합의문안을 마련, 미국, 중국,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 4개국 공동 명의로 북한에 이를 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이 일종의 문안의 저자인만큼 저자의 특권으로 동등 분담 원칙을 집어넣었다”고 전했다.

일부 국가의 대표단이 균등분담 원칙을 빼달라고 사정했지만 우리 대표단은 “이게 안들어가면 나는 실패한 협상가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절대 합의 못한다”고 버텼다는 후문이다.

일부 대표단이 문안 내용을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제안을 했지만 한국측이 합의문안의 `저자’였던 탓에 한국측의 동의없이는 글자 하나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당장 동등분담 원칙에 참여할 수 없는 일본측의 사정을 고려해 별도의 부속서를 마련하는 수준으로 합의가 이뤄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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