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사라진 평양시 군중대회

3일 김일성광장에서 10여만 명의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당 구호’ 관철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반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주목된다.

그동안 열린 대규모 평양시 군중대회에서는 반미 구호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 왔으며 보고와 토론에서도 미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날 군중대회에서는 ‘미제’나 ‘미국’이라는 말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보고자로 나선 량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60돌의 의의와 경제분야 과제 등에 관해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당 창건 60돌의 의의에 대해 “김일성 동지와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업적을 빛내이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역사적 계기이며, 혁명의 수뇌부 두리에 전당 전군 전민이 일심 단결된 선군조선의 위력을 떨치는 특기할 정치적 사변”이라고 말했다.

량 위원장은 이어 “당 창건 60돌과 조국광복 60돌을 맞는 올해에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이룩하는 것은 오늘 총진군의 주되는 과업”이라며 농업과 전력ㆍ석탄공업, 경공업 분야의 혁신을 촉구하고 평양시 도시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을 당부했다.

또 당 창건 60돌을 맞아 시한부 노력투쟁인 ‘100일 전투’를 전개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비난 발언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우리는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적들의 악랄한 사상문화적 침투책동과 심리모략전을 짓 부셔 버리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 평양시를 우리 당의 혁명사상이 꽉 들어차고 사회주의 생활양식만이 지배하는 혁명의 수도로 되게 하여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토론자들도 대미 비난이나 반미 감정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의 사회주의 제도를 말살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반공화국 고립ㆍ압살책동을 단호히 짓 부수고 수도의 정치사상진지, 계급진지를 반석같이 다지는데 적극 이바지할 것”을 다짐했다.

군중대회에 등장한 구호판이나 선전화도 체제 수호나 경제혁신 독려 내용으로 채워졌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전당 전군 전민이 일심단결하여 선군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 ‘당 창건 60돌에 즈음한 당중앙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공동구호를 철저히 관철하자’ 등이 그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면담 이후 눈에 띄게 미국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