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기금 유용 여부’ 조사 결과와 전망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부가 6일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설의 진원지인 현대측을 강도높게 경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통일부는 앞서 4일 현대측으로부터 문제가 되는 내부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검토에 들어가는 한편, 5일에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실무 책임자들을 통일부로 불러 감사배경과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 결과 통일부는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시기와 문제가 되는 협력기금의 지불시기부터 다르다는 점을 들어 협력기금 유용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날 밝혔다.

따라서 김 전 부회장의 협력기금 유용설과 관련한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측에 돌아가게 됐으며, 현대측의 반응 정도에 따라 앞으로 대북 사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통일부가 파악한 협력기금 유용설 전모 = 현대그룹이 자체 작성한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부회장은 2003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금강산총회사에 대한 자재 대가를 조정하거나 허위 공사계약을 통해 총 70만3천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 중 ‘남북경협기금’(협력기금)으로 마련한 비자금이 약 50만달러로 되어있다.

협력기금으로 마련한 비자금은 금강산관광지구 도로공사와 관련해 지불된 14억4천200만원 중의 일부로, 김 전 부회장이 이중 약 50만달러를 비자금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회장은 이를 2003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크게 5차례에 걸쳐 금강산 현지에서 미국 달러화로 인출했다는 게 감사보고서 내용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날 도로공사와 관련해 현대측에 협력기금이 지불된 시기는 204년 12월31일로, 대부분의 비자금이 협력기금이 지급되기 전에 조성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협력기금 지불시기와 김 부회장의 인출시기가 맞물리는 ‘2004년 12월’ 이후 올 3월까지 김 전 부회장이 인출한 금액은 도합 15만6천달러로, 2004년 12월에 9만2천달러, 2005년 1∼3월 6만4천달러가 인출됐다.

통일부는 협력기금이 작년 12월31일 원화로 서울에서 지불됐기 때문에 김 전 부회장이 12월 금강산에서 인출한 9만2천달러가 협력기금일 가능성은 없으며 올들어 3월까지 금강산에서 인출한 6만4천달러 역시 협력기금일 가능성을 배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씨가 올해 1∼3월에 인출한 금액도 금강산 현지에서 인출된 것이고 서울 본사에서 인출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협력기금 지불시기와 비자금 조성 시기의 차이점 외에도 현대측은 통일부에 “김씨가 금강산 현지 사업소 금고에 보관된 현금을 인출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후 금강산 도로 공사비로 허위 회계처리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해명했다.

현대는 특히 “김씨가 현금을 인출하면서 협력기금이 투입되는 도로공사비 명목으로 회계처리했다는 이유로 인해 감사보고서상에 ‘남북경협기금 관련’이라고 표현했다”고 해명함으로써 협력기금 유용설을 부인했다.

◇ 통일부 경고 실현될까 = 통일부가 이날 현대에 경고한 부분은 크게 두가지.

정부 업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은 내부보고서를 사전에 언론에 누출시킨 점과 감사결과보고서에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남북협력기금이 유용된 것처럼 보이게 한 점이 그 것이다.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이날 “현대는 이러한 기업 내부보고서가 언론에 사전 유출된 점에 대해 명확히 그 경위를 해명해야 할 것이며 정부와 국민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도높게 경고했다.

결국 현대가 이번 감사보고서건과 관련해 납득할 만한 “응당한 책임”을 지지않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현대가 대북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 만일 행사될 경우 대북 사업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통일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 가운데 우선 떠오르는 것은 대북 사업자 및 사업 승인권이다.

여차하면 사업 축소 내지는 사업권 박탈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현 시점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일단 현대측의 반응을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김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처리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시민단체들도 김 전 부회장을 고발할 움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비리는 비리대로 법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