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프로세스’ 놓고 韓美 시각차

韓 “헬싱키프로세스 한반도 적용에 한계”
美 “핵문제 뿐만아니라 北인권도 적극 거론해야”

한국과 미국의 북한전문가들은 26일 워싱턴에서 프리덤하우스와 조지타운대학 공동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헬싱키프로세스’를 한반도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와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국측 전문가들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북핵 이슈 뿐만아니라 전방위적인 압박이 필요하다면서 자유와 인권문제를 다자회담의 틀로 접근, 옛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체제를 무너뜨린 `헬싱키 프로세스’를 동북아에도 적용해 추진할 가치가 있음을 역설했다.

반면 한국 학자들은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엔 동의하면서도 지난 1970년대 유럽 상황과 2000년대 한반도 상황의 차이점을 지적하며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의 한계를 강조했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도하는 등 의회에서 `동북아판 헬싱키프로세스’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샘 브라운백 상원 의원(공화. 캔자스주)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핵 뿐만아니라 인권문제 등도 테이블에 올려 놓고 최우선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면서 “`헬싱키 프로세스’를 동북아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운백 의원은 “북한 주민 10%가 기아로 목숨을 잃고 수십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수만명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떠도는 상황”이라고 지적, ” 북한인권개선을 위해선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북송하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에 인권개선 압력을 행사토록 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대(對)중국 경제제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기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측과 북핵 6자회담을 처음 협의할 때 가졌던 개념은 북핵 문제 뿐만아니라 인권을 포함해 관계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다자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린 교수는 또 북한은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어 북한인권문제를 양자 차원에서 다루기 어렵다면서 “외교적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북한인권을 다뤄나가기 위해선 한국이 먼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할 준비를 한 뒤 미.일과 먼저 협의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 러시아와도 논의하는 식으로 다자차원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헬싱키 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적용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레짐체인지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헬싱키프로세스 과정엔 동유럽국가들이 적극 참여한 반면, 북한은 한반도에 이를 적용하면 북한에 압력을 넣는 것으로 간주, 이를 거부할 것이고 현재 한반도에는 구소련과 같은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같은 다자체제도 없다”며 동북아판 헬싱키프로세스의 어려움을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한미일 공조의 어려움과 중국의 인권문제 이슈화 반대 등도 아울러 언급했다.

한국외대 온대원 교수는 헬싱키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적용하기 위해선 북미, 북일간 관계개선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돼야 하고, 북미간 적절한 수준의 신뢰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 북한이 인권문제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는 점과 관련국들간 인권문제 시각차도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 추진의 난제로 거론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975년 헬싱키프로세스를 성사시키는 과정에 구소련은 적극적인 역할을 한 반면, 현재 북한은 미국에 협력하지 않고 있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면서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 적용은 불가능하기 보다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주장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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