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우산’ 배경..핵전대비책 만전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는 것과 실제 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암 판정으로 인생관을 비롯해 그동안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전격 핵실험을 단행한 지 오는 9일 한 달을 앞두고 한 군사전문가는 7일 북한의 핵실험이 갖는 의미와 파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동안 `1∼2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 추정’으로 북핵을 표현해오던 정부 입장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가히 충격적인 일대 사건임은 물론, 그만큼 전혀 새로운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하에 핵실험 직후부터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특히 합참은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한 지난달 3일과 실제 핵실험을 단행한 9일 등 2차례에 걸쳐 핵전(核戰)에 대비한 군의 대비태세 점검 및 보완 필요성을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기존에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핵실험으로 북핵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마당에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비계획으로 보완,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북한의 남침을 가정한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5027의 보완.발전과 북한의 핵무기 투발 수단을 타격하기 위한 첨단무기 조기확보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핵에 대한 대응으로 “핵무기가 저장된 지역과 장소에 대한 정밀타격, 핵무기를 탑재하고 날아오는 유도탄 및 항공기 요격, 투하됐을 때의 방호대책 등 세 가지 개념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마디로 북핵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배경으로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강력한 징후가 보일 경우 사전에 정밀타격하거나 발사 후라도 조기에 요격, 남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북핵에 대한 조기대응을 위해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예정돼 있는 전력증강의 우선순위와 시기를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전력증강 순위와 시기는 감시.정찰 능력, 지휘통제.통신 능력, 정밀타격 능력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2012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 이들 3개 분야에 대한 전력증강을 애초 2011년까지 대폭 강화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북핵실험으로 전력증강 시기를 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래식 첨단무기로 최선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한편 미국의 더욱 확고한 `핵우산’ 공약으로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강력한 북핵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장관은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체계로 대응하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핵우산’ 개념으로 핵무기를 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기존의 `핵우산’ 표현에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 개념을 추가했다.

핵으로 북한과 맞 대응을 할 수 없는 국제적 현실을 감안,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철저히 준수하는 대신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핵우산’과 `확장된 억지력’은 같은 의미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미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 핵우산에 확장된 억지력 표현을 추가, 미국이 핵우산 공약을 보다 확고히 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같은 핵우산과 우리 군의 전력증강을 염두에 둔 듯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2일 코트라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대회에서 남북간 군사적 균형와 관련, “현재로서는 깨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 균형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핵실험 자체로 힘의 균형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나 합참 관계자들도 적어도 겉으로는 `군사적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는 노 대통령과 벨 사령관이 언급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핵실험 이후 북한은 군사력 부분에서 대남 `절대 우위’를 확실히 차지한 것”이라며 “북한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협박 등의 방법으로 `핵보유’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라 “우리 군도 미국의 핵우산을 배경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 군사 대비계획을 보완해나가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이 핵을 실제 전장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는 전략적 측면에서 기존의 패러다임(틀)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우리 군의 대비태세도 근본적,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미가 SCM에서 `2009년 10월15일 이후, 2012년 3월15일 이전’에 전환하기로 합의한 전작권 이양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한미가 이 같은 합의를 했고 이양에 대한 한미 양측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것과 맞물려 우리 군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핵실험 이후 줄곧 전투복을 입고 비상근무를 해오던 합참 간부들은 지난 3일부터 근무복으로 갈아입었으며 일선부대 등 필수 인원을 제외한 간부들의 외출, 외박도 허용되고 있다. /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