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선언’ 1년…北 입장 ‘前과 同’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한 ’2.10성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1년전 북한이 발표한 2.10성명의 골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6자회담에 무기한 불참하겠다’는 것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때문에 자위적 억제력 차원에서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핵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위 수단이자 대미 협상용 카드라는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고 이같은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2.10성명 이후 5개월여만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고 4차 6자회담을 두 차례에 걸쳐 연 끝에 9.19 공동성명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이 나왔음에도 핵보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한결같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린 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북)를 고립압살하기 위한 적대시 정책을 강화할수록 우리는 핵무기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국방력을 굳건히 다져나가는 것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무성 대변인은 유엔 총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서도 미국의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사회주의 제도를 지키기 위하여 이미 마련해 놓은 자위적 억제력을 천백배로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9.19공동성명이 나왔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자위적 억제력’인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미 협상 카드로 핵무기를 내세우는 전략도 여전하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융제재와 관련, “만일 미국이 6자가 합의한 공동성명을 뒤집으면서 계속 제재와 압박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그에 대응한 자위적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한 9.19공동성명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고 핵무기 개발도 중단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바란다면 미국이 먼저 금융제재를 해제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변인은 새해들어 지난달 9일에도 “지금의 조건에서 우리가 자위를 위해 다져놓은 핵억제력을 포기하는 문제를 가해자인 미국과 논의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었다.
금융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압박이 변화하지 않은 한 북한으로서는 유일한 협상카드인 핵을 양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핵문제에 금융제재, 인권문제 등 각종 사안으로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특별한 돌파구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핵문제 해결은 난망하고 핵과 관련한 이같은 북한의 입장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