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국무회의에는 신언상(申彦祥) 통일부 차관이 이종석(李鍾奭) 장관을 대신해 참석했다.
이 장관이 특별히 다른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곧 `떠날 사람’이 참석하기엔 적당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여야 대치로 진행되진 못했지만 20일 국회 통외통위의 통일부 예산 심사에도 신 차관이 출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뒤에도 현안을 열심히 챙겼지만 떠날 것이 확실시된 이번 주 들어서는 차관에게 일을 맡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당초 22일 이임식을 가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당분간 이임사를 서랍 속에 넣어둔 채 다시 현안을 챙겨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나라당이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절대 불가’로 평가하며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법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청문요청서를 보낸 20일 내에 국회는 경과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국회에 청문요청서를 보낸 날짜가 지난 8일이니 27일이 기한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면 대통령은 다시 10일 범위 내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경과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게 되며 이 때도 국회가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후임 임명이 12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3일부터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주 일정으로 다시 해외 순방길에 나설 예정이어서 자칫 후임 장관 임명이 훨씬 뒤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지난달 24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이 장관이 한 달을 훨씬 넘는 기간 `장관 아닌 장관’으로 어정쩡하게 있어야 하는 셈이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어서 아직까지는 특별히 겉으로 드러난 부작용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소 혼란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자는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교체 기간이 너무 길어 다소 혼돈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청문회 준비 기간에는 현안에 대해 후보자에게도 보고해야 하니 누가 장관인지 헷갈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장관이 소집한 간부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어색한 분위기 속에 과거와 같이 심도 있는 현안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특히 통일부가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계속 후임 장관 임명이 늦어지다가는 6자회담 재개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전략 마련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