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DJ’, 적자경쟁 점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후계 경쟁이 불붙을 조짐이다.

국장이 마무리되자마자 DJ의 적자로 인정받기 위한 야권 `잠룡’들의 물밑 경쟁이 가시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DJ 복심으로 불렸던 박지원 의원이 24일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 4당과 단합하라”는 것이 DJ의 유언이라고 소개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정 대표가 DJ의 정치적 정통성을 이어받는 `적자(嫡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 측은 이날 박 의원이 언급한 `정세균 중심론’으로 당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북 출신의 정 대표는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에서 상주를 자임, 친노 끌어안기를 통해 지지세력을 불린 데 이어 이번에도 운구 조에서 선두에 서는 등 상주 역할을 수행했다.

정 대표는 25일 의원들을 이끌고 DJ의 고향인 전남 신안 하의도를 방문하는 등 DJ의 유지 계승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내 정 대표의 위상 강화와 더불어 DJ의 유훈을 지닌 박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4.29 재보선 공천을 놓고 정 대표와 정면충돌, 탈당했던 정동영 의원이 자신이 진정한 DJ의 적통임을 강조하는 듯한 행보에 나서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정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모셔야 한다”며 “저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민주개혁세력의 대선 후보를 지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적자 논란에 대해 “DJ의 유지를 실현하는 모든 사람이 적자이지, 누가 적자인가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전제하면서 “결국 핵심은 민주, 진보세력이 어떻게 울타리를 더 튼튼하게 하고 더 넓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일찍 지지자 100여명과 함께 현충원 내 DJ 묘역에 참배했다.

지난해 총선 후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해온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도 야권 통합 의 방향타가 될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서서히 정치적 기지개를 켤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북한 조문단의 국회 조문 때 유족과 나란히 서서 이들을 맞았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애도 기간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은 일절 삼가야 한다”며 “대권주자이든 평당원이든 간에 현재는 모두가 화해와 통합이란 고인의 유지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