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접근방안’ 한국 역할에 주목

9.14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상회담의 막후에서 `포괄적 접근방안’ 아이디어를 제안,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18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포괄적 접근방안에는 한국 정부가 여러 가지를 해야 된다”며 “현 상황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실장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세부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포괄적 접근방안’ 내용과 그 실행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6자회담의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행이라는 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 접근 방안을 제기한 것도 우리 정부였지만 이를 만들고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포괄적 접근방안’과 관련, 우리 정부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북미 양자 대화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을 이끌어내는 `중매자’ 역할이 우선 떠오른다.

이와 관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김근태(金槿泰) 의장 초청 미.일.중.러 4개국 주한대사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한다는 확실한 의사를 표현한다면 6자회담 이전이라도 북미 양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북한이 응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또 다른 행동을 취한다면 상황이 악화될텐데…”라면서 북한의 추가행동 가능성에 경계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9.19 공동성명 채택 1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9.19 선언은 포괄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북한 외교관계 정상화, 북한 경제구조조정 및 개발과 같은 사안을 추진하고 싶지만 이는 북이 핵을 포기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대북 제재’를 강조해온 미국의 기존방침을 기조로 하면서도 ‘융통성있는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그동안 중시해온 `제재와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정 정도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실험 등 북의 상황 악화조치를 미연에 막기 위해 금융제재 등을 논의하는 양자대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미국에 촉구할 수 있는 쪽은 아무래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가장 가까이 노출돼 있는 한국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또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미국이 “합법.비합법의 구분이 의미없다”며 문제 삼고 있는 북한 관련 금융거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등을 미국에 거론하기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의 맥락 안에서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는 미국을 계속 설득,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미 양자대화를 갖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가장 큰 대북 지렛대를 가진 중국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 낸다면 6자회담 재개의 도화선이 될 북미 양자대화가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북한을 상대로 한 직접 설득 노력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서 빼 놓을 수 없다.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이 정해진 날짜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된 이후 공식 채널을 통한 남북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만큼 대북 특사 파견 등도 검토 가능한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사일 발사로 인해 무기한 유보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도 다시 논의해야할 때가 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송실장은 이날 YTN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 특사 파견 문제는 필요시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이 문제를 두고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추진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또 지난해 7월 북한의 핵폐기를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꺼낸 대북 200만kW 송전 제안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중대제안’으로 불리는 200만kW 송전 제안은 9.19 공동성명 도출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면서 공동성명 안에도 “한국은 북한에 대한 200만kW의 전력공급에 관한 제안을 재확인했다”는 문구로 삽입됐다.

물론 제안이 핵폐기를 조건으로 한 것이었지만 핵폐기 시점을 규정하는 데 있어 다소 탄력을 가미할 경우 북한에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7.5 미사일 발사 이후 유보한 정부의 대북 쌀.비료 지원 재개 건도 `포괄적 접근 방안 ‘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대북 쌀.비료 지원을 중단하면서 그 재개 시점을 `미사일 사태의 출구가 보일 때’라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를 북미접촉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매개로 활용할 개연성은 작지않아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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