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 화두로 떠올라

남북 당국은 14일부터 시작된 8.15 민족대축전 기간에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얼마 만큼의 성과를 거뒀을까.

이런 대화는 남북 당국 대표단의 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간의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림동옥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정 장관의 대화도 주목을 끌고 있다.

정 장관은 16일 오전 숙소를 함께 나서던 림 제1부부장의 손을 잡고 귀엣말을 말을 건네는 모습이 목격됐고 김 비서와 차량에 동승해 한참이나 밀담을 나눴다.

행사장에서도 정 장관은 김 비서와 림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아 대화했다.

더욱이 이날 오후에는 경주로 자리를 옮겨 1박2일 간 ‘스킨십’을 나눈다.

하지만 장시간에 걸친 대부분 접촉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그 주제가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 내용으로는 우리측이 공개연설을 통해 강조한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휴회 중인 제4차 6자회담에서 성과를 내는 방안이 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핵 문제의 경우 13일간에 걸친 제4차 6자회담의 연장선에서 서로의 입장을 듣고 특히 쟁점을 놓고는 우리측이 북측을 설득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관측됐다.

6자회담에서 중국이 공동성명 4차 초안까지 내놓은 뒤에도 북미간에 접점을 찾지 못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허용 여부를 놓고 북측을 설득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측은 평화적 핵이용권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한 북측의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은 어렵지만 향후 핵포기 과정을 거쳐 다시 NPT에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다면 가능해질 것이라는 논리를 폈을 것으로 보인다.

짓다 만 금호지구 경수로도 핵문제가 풀리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돌파구 모색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정 장관이 14일 공동행사 개막식 축사에 이어 15일 당국 공동행사 연설에서도 냉전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을 화두로 삼으면서 물밑 접촉에서도 의견교환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는 현안 중 하나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월 독일 방문때 밝힌 ‘평화구조 정착→교류협력 강화 통한 남북관계 발전→국가연합 단계→통일’ 등 이른 바 4단계 통일방안에서도 첫번째로 등장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남북 화해협력 단계에서의 남북관계 발전의 비전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중점 추진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경우 그동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줄곧 주장해 온 데다 최근에도 지난달 말 제4차 6자회담 기조연설에도 짤막하게 등장한 적이 있다.

특히 14일 북측 대표단이 국립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한 것은 과거 동족상잔의 전쟁을 넘어서 평화체제로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남북이 그 목표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다만 북측은 이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에 집어넣으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 반면 우리측은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 때 자연스럽게 별도 트랙을 통해 논의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측은 평화체제 문제가 한반도를 냉전의 섬으로 만들고 있는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것인 만큼 6자 보다는 당사자 간에 풀어야 할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북측에 부각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남측은 특히 지난 6월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재개에 합의하고 아직까지 개최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는 장성급 군사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이번 축전 기간에 강력하게 촉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장성급회담에 이은 제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장성급군사회담을 비롯한 군사 분야 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의 중요한 틀이 되는 만큼 6자회담의 진도에 따라 여건이 성숙되면 바로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8.15축전은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어갔다는 성과를 낳았지만 그 외에도 당국간 ‘물밑 대화’가 이달 말 속개되는 제4차 6자회담과 중장기적인 평화체제 논의의 진전에 촉매 역할을 할지도 향후 관심사가 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