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리아’가 빚어낸 南北 외교 비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인 특수관계로 규정돼 있지만 국제 사회는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간주하고 있으면서도 혼동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34년 간 외교관으로 전세계를 누볐던 성필주(64) 전 대사는 최근 펴낸 회고록 ‘6대주를 외교무대로’에서 1991년 3월 잠비아 대사로 부임하면서 이런 현실이 빚어낸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오랫동안 북한 단독수교국이었던 잠비아의 수도 루카사시(市) 우체국에서는 남한 공관이 설치되면서 북한 대사관으로 갈 서신을 남한 공관으로 보내거나 반대로 우리 쪽 서신을 북한 공관으로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

우체국 직원들이 봉투에 수취인으로 ‘KOREA’라고 적혀 있으면 앞의 수식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배달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 차례 우체국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성 전 대사가 짜낸 아이디어는 공관 행정 직원에게 북한 서신을 받으면 그쪽에 전화로 연락해 전달해주라는 것이었다. 북한 공관측도 이런 호의에 반응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성 전 대사는 이와 관련, “1991∼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등 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남북한 공관이 동시에 주재하는 공동 수교국에서도 양 공관원들의 접촉이 원만했다”고 술회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호주의 원칙이 정확하게 지켜지는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북한 공관에서 정보가치가 크거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서신이나 물건이 들어오면 모른 척하고 전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성 전 대사는 외국의 친구가 부쳐준 베스트셀러 몇 권이 북한 공관에서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한 번은 남북 공동 수교국인 말라위의 당시 카무스 반다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에게 보낸 축전이 우리측 공관으로 배달됐다. 아무래도 김 주석에게 전해질 공한이라서 그랬는지 북한 대사관의 김모 서기관이 ‘대담하게’ 남한 공관 구내까지 들어와 축전을 찾아간 사례도 있었다.

어느 날에는 성 전 대사의 부인이 한 행사장을 방문했다가 다른 외교관 부인들로부터 “유령이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다. 이유인즉 얼마 전 빅토리아 폭포를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현지 일간지에 보도된 북한 대사의 부인으로 혼동했기 때문이었다.

성 전 대사의 부인은 “이 나라에는 북한 대사가 상주해 있고 이번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이는 북한 대사의 부인”이라고 설명을 하고서야 까닭없는 유령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개의 코리아’ 때문에 혼선만 빚어진 것은 아니었다.

1992년 중반 루사카 시립도서관에서 열린 북한 문물 전시회에 남한 대사로서는 처음으로 성 전 대사가 부인까지 대동하고 방문해 자개 화병 2개까지 구입, 돌아간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공관측은 예기치 못한 남한 대사의 방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소 경직된 표정이긴 했지만 전시회를 위해 북한에서 파견된 직원이 직접 이들 부부의 안내를 맡았다.

성 전 대사는 “현지 거주 한인들이 북한 전시회에 가도 되느냐고 묻기에 나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니 원하는 대로 가보라고 했다. 나도 남북 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수일 뒤 전시회장을 방문했다”고 회고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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