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관계 독점論’ 논란

“남북관계는 특정부서의 전유물이 아니며 여러 부처로 나눠 전방위로 대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통일부의 역할은 전 부처가 (대북) 사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조정 및 지원.협력하는 일이다. 독점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이재정 통일장관)

통일부 조직개편안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통일부가 남북관계를 독점해왔는지 여부를 놓고 인수위와 통일부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17일 남북관계를 통일부가 독점해왔다면서 통일부 기능 분리 방안의 타당성을 역설하자 18일 이재정 통일장관이 한 회의에서 작심한듯 항변한 것이다.

결국 인수위가 내세운 `통일부 독점’ 주장은 경협→지식경제부, 대북 정보분석→국정원 등 통일부의 현재 주요 기능을 각 부처로 쪼개는 방안의 적절성 여부와 연결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통일부 남북관계 독점’의 허와 실 = 통일부의 각 기능을 일선 부처로 분산한다는 인수위의 안은 `남북간 협력이 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로 확산돼 있는데 관련 업무는 통일부에 집중돼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남북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설치된 각 분야별 분과위원회에는 소관 부처 당국자들이 수석대표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철도협력의 경우 건교부, 조선해운협력의 경우 산자부에서 각각 수석대표를 맡는 등 각 사업별 분과위 회담에 관련 부처가 참여하고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에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들과 다른 부처 당국자들 중 상당수는 대북사업이 통일부의 전유물이라는 주장에 `심정적으로는’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협력의 새 장이 열리면서 대통령의 정책적 지원 속에 통일부 조직이 커지고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일반인들은 통일부를 대북사업의 `알파와 오메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통일부가 대북 사업의 총괄.조정 기능을 맡는 상황에서 대북사업을 추진하려다 통일부에 제동이 걸린 부서 또는 지자체에는 `통일부가 대북사업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기 마련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부처 당국자들이 참여하는 대북 협상에서 보안이 요구되거나 신속한 협의가 필요한 시점에는 늘 통일부가 키를 잡고 상황을 총괄하는 경향 때문에 타 부처 당국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외교안보 관련 사항은 결국 대통령의 의제”라면서 “대통령의 정책과 결정이 통일부를 통해 실현되다 보니 통일부가 대북 사업에 대한 전권을 가진 것 처럼 잘못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외교부 산하 통상교섭본부가 각 산업 영역의 통상협상을 총괄조정하는 것 처럼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대북사업을 하더라도 총괄 조정할 부서는 필요한 것 아니냐”며 `남북관계 전방위 대처’라는 통일부 조직 해체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통일부 기능 분산 효과 놓고 이견 = 이른 바 `통일부 독점’의 대안이라며 인수위가 채택한 기능 분산의 효과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북간 회담과 대화가 있어야 존재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통일부의 속성상 `회담을 위한 회담’이 열리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북한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본다”면서 인수위의 방침을 지지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총괄조율 및 대북 협상의 거간 역할을 하는 통일부의 기능이 정부조직 개편 후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될 경우 성과를 내려는 각 부처들의 경쟁으로 대북 사업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부서별 대북사업의 독자성이 강화되고, 총괄조정 기능은 약화될 경우 대북지원, 경협 등을 군사적 긴장완화, 이산가족 해결 등 문제와 연결지어 추진해온 그간의 대북 정책을 더 이상 구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통일부의 주요 기능을 각 부처로 분산할 경우 각 부처마다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팀을 둘 수 밖에 없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슬림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남북관계가 제도화.안정화됐을 경우 인수위 측의 기능적 접근 방식이 옳을 수 있지만 아직은 북이 정치사상을 우선시하고 체제의 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만큼 대북 문제의 총괄조정 및 기획 기능을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총괄조정 기능을 `외교통일부’에 맡길 수도 있겠지만 한 부서에 과도한 역할이 부여되면 기존 영역인 외교활동을 수행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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