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UEP의혹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9일 회견에서 북한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 이 문제가 북한 비핵화 진전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임을 분명히 했다.

다음달 3~5일로 예정된 힐 차관보의 방북은 UEP 문제에 대한 담판을 짓기 위해 그가 정치적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만큼 UEP 문제는 6자 프로세스가 2.13 합의와 10.3 합의 틀을 넘어 최종 핵 폐기 단계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아니면 다시 긴 겨울잠에 들어가느냐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각된 양상이다.

◇UEP 규명 왜 중요한가 = 북의 UEP 보유 의혹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불거져 북핵 동결의 버팀목이던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단초가 됐다.

현재 북한의 플루토늄 핵무기 공정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현재 진행중인 불능화를 통해 관리되고 있지만 UEP를 통한 핵무기 공정은 아직 현황 파악조차 안된 상태다.

UEP가 핵무기 공정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 측의 의혹의 제기는 차치하고라도 이 문제에 대한 의혹 규명은 비핵화가 완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다. 또 북한이 UEP에 대해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예상이다.

게다가 신고.불능화와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이 북.미의 의무 조치로 맞물린 상황에서 북이 신고 과정에서 UEP 의혹을 적절히 해명하지 않으면 미측의 대북 제재 해제도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예상이다.

또 UEP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북 강경책을 지지해온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로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과 무관치 않은 이 의혹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UEP 문제의 무게감을 더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북.미, 관련 협의 어디까지 왔나 = 북한은 UEP 존재를 줄곧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증거를 제시하면 해명한다’에서 `신고과정에서 자진 해명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다소 바꿨다.

또 지난 9월 UEP 관련 설비로 의심받고 있는 알루미늄관 수입 사실을 미측에 시인했다. 다만 북측은 알루미늄관이 UEP와는 무관한 용도에 사용됐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자서전 등에서 언급된 우라늄 농축용 원심 분리기 수입 사실도 역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북한이 신고 목록에 UEP관련 사항을 넣길 희망하고 있으며 만약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믿을 수 있는 수준의 해명을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북측은 별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호 만족할 해법은 있나 = 힐 차관보는 29일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지금 진행중인지, 과거의 프로그램인지 명확히 짚고 가야 한다”면서 “UEP 문제는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고 목록에 UEP를 넣을 것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UEP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는 설비 등의 도입 경위와 현 상태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북한이 미측 기대대로 움직일 것으로 예단키는 어렵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유무는 접어 두고라도 체면 손상을 감수한 채 없다던 UEP 보유를 시인하기란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UEP 개발 시도 사실을 시인하되 순수 연구 또는 원자력 발전소 연료 자급 목적이었다고 해명하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존재 자체를 시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으로 미뤄 힐 차관보는 북한에서 UEP를 해명해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물론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 설득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전문가들은 이번 방북이 힐 차관보 본인과 6자회담 트랙의 진퇴를 가를 담판 시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