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탈북자 사건’ 경위와 전망

11일 중국내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8명의 신병을 중국 정부가 즉각 우리측에 넘겼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자국내 한국국제학교에 지난 8월29일 진입했던 또 다른 탈북자 7명을 북송시킨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탈북자 8명은 칭다오(靑島) 주재 우리나라 총영사관에서 보호받고 있다.

◇ 사건 개요 = 현지시간 11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8명의 탈북자가 중국 칭다오에 있는 이화한국국제학교에 경비원의 제지를 뚫고 들어섰다.

함경북도 출신 7명과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 1명 등으로 구성된 이들 탈북자는 학교 관계자에게 한국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른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했던 또 다른 7명의 탈북자가 중국 당국에 의해 북송됐다는 소식이 전날 전해진 터라 이들의 신병확보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국내 비난여론에 직면해 바짝 긴장하고 있던 정부는 사건현장인 칭다오와 서울, 베이징(北京) 등 3군데에서 동시다발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칭다오 총영사관 영사 2명이 곧장 학교로 달려가 이들이 중국 공안에 끌려가지 않도록 보호했고, 주베이징 대사관은 중국 외교당국과 협상에 나섰다.

서울에서는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사건 발생 1시간 뒤에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북송을 반대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유 차관은 탈북자 7명이 북송된 사실과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닝 대사를 압박했다.

그렇게 ‘3각 동시조치’가 취해진 직후인 현지시간 오후 1시50분 주칭다오 총영사관은 탈북자 전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학교진입 4시간 50분만이었다.

◇ 한국행 가능성 높아 = 칭다오 총영사관측은 현재 영사관내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신원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이 밝힌대로 탈북자가 맞는 지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뒤에 탈북 이유와 희망 행선지를 확인한 뒤 중국 당국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의 기획탈북에 관여했던 국내 NGO(비정부기구) 관계자는 “이들 모두 한국행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이를 허용해 줄 지 여부다.

그러나 중국측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들을 치외법권지역인 우리 총영사관에 넘겨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한국행은 거의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옌타이(煙臺) 소재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7명을 한달만에 강제 북송시킨 일로 일고 있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비난을 일시적으로라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국행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 북송 하루만에 한국행..中정부 고민 = 중국 정부가 탈북자 북송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발생한 유사 사건에 대해 완전히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깊은 고민을 엿보게 한다.

탈북자 7명이 북송되기 전 우리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송 불가를 중국정부에 요청했지만 결국 북송되면서 외교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인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 사실을 지난 6일 통보받은 직후 외교차관이 주한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도 중국 외교부 선궈팡(沈國放) 부장조리를 만나 우리 정부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사례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입장과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감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월경한 범법자로 취급해 자국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북송을 결정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한국도 중요시하는 탈북자 문제를 두고 갈등이 유발되는 것을 원치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국내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행 허용 사실이 공공연히 유포되면 자국법을 지켜야 하는 중국으로서도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어떻게 선례를 양산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데 바로 중국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NGO 등이 탈북에 관여하는 이른 바 ‘기획탈북’이다.

이날 외교부에 초치된 닝 주한대사가 “한국정부도 NGO에 대해 조치를 보다 강화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도 자국법과 대한(對韓) 관계 사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을 없애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