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빅딜’..변화하는 6자 협상틀

“북핵 6자회담의 역할과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3일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에서 `연내 핵시설 불능화 합의’를 도출한 것과 관련, 6자회담의 성격변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이른바 `제네바 합의’의 골자는 연말까지 북한측이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 정치적.경제적 보상조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제2차 핵위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의혹에 대한 신고와 함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등 관계정상화 방안이 모두 포함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핵심적인 현안에 대한 담판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상결과는 이달 중순 열리는 6자회담 본회담에서 거의 그대로 다시 논의되는 형식을 거쳐 합의문서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것을 6자회담이 추인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부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민감한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인 뒤 이를 6자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것이 전체 6자회담의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1차 핵위기를 봉합한 제네바 체제를 극도로 혐오하는 부시 행정부가 과거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극력 꺼리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외교소식통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다자간 협상틀에서 다루기 위해 2003년 8월 출범한 6자회담이 과거 제네바 체제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늘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 양상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그 시발점은 지난 1월 베를린 북.미 회동이었다.

당시 북.미 양측은 6자회담의 진전을 장시간 가로막아온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핵시설 폐기를 위한 단계적 조치내용에 합의했고 그 내용은 6자회담 무대에서 `2.13합의’로 귀결됐다.

그리고 지난 6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6자 수석대표간 회동을 가졌다.

이어 지난 7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도 북한과 미국은 전체 회의에 앞서 상대방 대사관을 오가는 연쇄 양자 접촉을 갖고 껄끄러운 문제를 사전에 걸러냈다.

베를린 회동 등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모두 “6자 틀내에서 이뤄지는 협의 형식”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무게감 있게 듣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만 북한 핵문제의 속성상 북한과 미국의 담판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실제로 북한과 미국이 이번에 제네바에서 합의한 내용은 향후 6자회담의 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의 결단에 의해 관계정상화가 추진될 경우 이는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측이 8월28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10월 초로 연기한 것도 미국과 먼저 담판을 보려는 의도가 내재해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미국은 결심했으니 북한이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의 빅딜이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의 성격이 북.미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결정적인 현안에 대한 담판은 북한과 미국이 하고 그 결과물을 6자회담이 ‘외교적으로 포장하는’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다자외교협상의 특성을 감안할 때 차후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로 6자회담의 중심축이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을 상대로 하는 협상에서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협상틀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창의적 역할을 수행하는 효율적인 전략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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