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외교’→`실용주의 외교’로 방향전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내외신 기자회견 및 주한 미.일 대사와의 면담에서 밝힌 외교정책 구상은 실용외교, 한미동맹 강화, 선(先) 북핵 폐기,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적 시각에서의 접근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이 당선자는 회견에서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 외교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현 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이 중시한 `자주외교’와 `미국에 할말은 하는 외교’와는 강조점이 다른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외교정책의 무게 추를 명분과 대의 쪽에 두기 보다는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국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실리 외교 쪽에 두겠다는 외교의 대 원칙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당선자는 또 “(새 정권 출범 후) 새로운 한미관계가 형성되지 않겠느냐”면서 “한미관계가 지난 5년간 아주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고 신뢰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해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후보 시절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뢰가 부족했다’는 표현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라크 파병 및 연장 등 눈에 띄는 협력 속에서도 현 정부 임기 내내 망령처럼 떠돌았던 `한미 불협화음설’을 상기시키는 한편 본인 임기 중에는 한.미가 전쟁통에 맺어진 전통의 동맹으로서 더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당선자는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간 공조를 언급했다.

그는 “6자회담을 통한 국제공조를 적극 이행하고 그중에서도 북.미 회담에서 (북핵폐기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프로세스가 북.미 양자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선자의 이 같은 언급은 새 정부 출범 후 북핵 외교 정책의 큰 줄기가 변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일단 해석됐다.

하지만 국제공조를 강조한 점은 작년 북핵 위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강조하며 미.일 중심의 대북 압박외교와 분명히 선을 그었던 현 정부의 북핵 정책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이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핵 문제가 순항하게 되면 새 정부의 북핵외교 기조는 현 정부와 달라지지 않을 것이나 내년 핵폐기 단계에서 북.미 간 갈등이 빚어질 경우 새 정부는 미국보다 더 강하게 북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선자는 또 “남북간 가장 중요한 현안은 북핵폐기”라며 “핵폐기가 됨으로써 진정한, 본격적인 남북경제 교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며 선핵 폐기의 중요성과 더불어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간 연계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북핵 문제의 진전에 남북관계를 연계시킨다면서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이 상징하는 협력의 틀은 굳건히 유지하려 했던 현 정부와는 차별성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어찌보면 6자회담의 전개 과정과 남북 교류협력의 진전을 현 정부보다 한결 강하게 연계하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후보 시절부터 견지해온 이 당선자의 이 같은 입장에는 동조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실제로 핵폐기를 남북협력 진전의 전제로 삼을 경우 현 불능화 단계에서 핵 폐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층 심화된 남북 협력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신고 문제를 둘러싼 교착상황이 길어지고 핵폐기 단계에서 경수로 제공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 국면이 전개될때 어떻게 남북관계를 이끌어갈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은 것이다.

또 당선자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비롯한 `북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 남북관계 특수성을 감안해 지난 달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에 기권한 현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과거 정권이 북한에 대해 비판을 삼가고 북한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그런 것은 변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의 중심을 `민족’ 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 쪽으로 옮겨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 아시아 외교와 관련, 이 당선자는 이날 눈에 띄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주한 일본대사와의 면담에서 한일간 협력 강화를 강조한 뒤 우리 경제 문제를 언급한 점은 `실용외교’의 지향점 속에 우선 역사.독도 등 문제로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가며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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