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 소재 北공상과학 소설

28일 입수된 북한의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기관지 ‘청년문학’ 2006년 1월호에는 미래의 첨단입시부정을 소재로 한 과학환상단편소설(SF소설)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안창준이 지은 ‘입학시험’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일류 과학자의 아들로 아버지가 개발한 생물임플식 만능두뇌 기구를 이용해 의대 입시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결국 부정이 탄로나면서 깊이 반성한다는 줄거리로 돼 있다.

‘ㅍ 의학대학’ 학장인 주인공은 집무실에서 3차원레이저투영장치를 통해 소년수재반 입학시험을 감독하던 중 한 수험생에 눈길이 갔다. 다들 음극관 시험지를 앞에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유있는 표정으로 사색에 잠겨 창밖을 내다보는 유명이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한참 뒤 이 소년은 전자원주필(전자볼펜)을 꺼내 들더니 음극관 시험지에 거침없이 답안을 써내려갔다. 수학, 생화학, 물리 지식을 그것도 외국어로 답안을 표현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문제들로 학장 자신이 직접 선정한 것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학장은 컴퓨터에 게시된 그 학생의 성적표와 시험지를 들여다 보았다. 그것은 놀랍게도 한 번도 덧쓰거나 수정한 흔적이 없는 만점짜리 명답안이었다. 순간 그의 입에서는 “허, 이런! 정말 보기 드문 수재로군!’이라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소설의 무대는 다시 면접시험장을 이동했다. 학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학생의 아버지로 옮겨갔다.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가?“ ”예, 우주자동차공업성 부상이십니다.“

학장은 깜짝 놀랐다. 학생의 아버지 최창민 부상은 자신과 학창시절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대학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너의 아버지가 언제부터 내게 훌륭한 선물을 보내겠다고 벼르더니만 그게 바로 너일 줄이야“라며 웃었다.

유명이의 입학이 결정된 직후 최 부상이 무공해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학교를 방문했다. 아마 아들이 다닐 학교에 인사차 들른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최 부상은 우주배양로에서 생성되는 생물기억소편 연구에 대한 자문을 얻기 위해 뇌과학과 심리학 전문가인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아들이 특등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사실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히려 그는 ”글쎄 다른 과목실력을 괜찮다고 해도 그 녀석의 외국어수준이 그새 초음소비행을 했나“며 의문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교수가 ”유명학생이 여태껏 우리를 속였습니다“며 낯빛이 까맣게 질린 채로 자신을 찾아왔다.

”저도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가설 및 착상경연을 진행했는데 뜻밖에 유명 학생의 답안이 엉망이었습니다“
가설 및 착상경연에서 유명이는 얻은 성적은 40명 가운데 36등이었다.

특히 유명이는 경연 과정에서 이상한 행동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갑자기 울상이 되서 윗옷 단추를 마구 잡아 당기는가하면 전자원주필을 자꾸 흔들고 꾹꾹 눌러보는 것이었다.

그 즈음 유명이도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알지못한 아버지는 유명이의 입학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최 부상은 아들에게 자신의 서재에 있던 단추와 원주필의 행방을 물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유명이는 아버지에게 ”제가 그걸루 입학시험을…’이라며 모든 것을 털어 놓고 말았다.

유명이가 훔친 단추와 원주필은 사람의 대뇌 활동을 지원하는 두뇌지원 시스템이었다. 예를 들면 원주필에 있는 외국어 버튼을 두르면 DNA 분자구조에 기억시킨 외국어 지식이 대뇌 피질에 스크린처럼 펼쳐지면서 외국어 구사능력을 단숨에 향상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결국 유명이는 이런 최첨단 두뇌지원 시스템을 이용해 입시부정을 저지른 셈이었다. 가설 및 착상경연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낸 것도 시험 도중 갑자지 이 시스템이 고장이 났기 때문이었다.

유명이는 왜 이런 부정을 저질렀을까. 이유는 중학교에서 항상 자신에게 열등감을 안겨줬던 일남이라는 친구 때문이었다. 친구와 의대 입학을 다투는 입장에서 다른 과목에서는 거의 대등한 수준이었지만 외국어만큼은 도저히 그를 따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명이는 결국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학장을 찾아갔다.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 사람이 된다는 북한 소설의 상투적인 결말대로 그가 학장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친구 일남이를 대신 입학시켜달라고 부탁하면서 이 소설은 끝을 맺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