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달라진 공안수사 첫 시험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한마음으로 모신다는 의미로 결성됐다는 `일심회’ 사건 수사 상황이 상당 부분 공개되면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공안사건 수사 환경과 기법이 눈길을 끈다.

어느 날 갑자기 `기관원’에 의해 모처로 끌려간 뒤 외부 접촉이 금지된 상태에서 철야 수사로 자백을 강요당하면서 속전속결로 처리됐던 과거와 달리 변호인 입회, 출퇴근 조사, 가족 면회 등이 허용되고 조사 분위기도 위압적이지 않은 점이 가장 주목되는 대공사건 수사 방식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조사받는 피의자들이 현직 국정원장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명예훼손 및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점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대공사건 수사 환경이 이처럼 달라진 점을 의식해 피의자 진술보다는 일반 형사 사건처럼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등 새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공안당국이 이번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의 유죄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향후 대공사건 수사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뭐가 달라졌나 = 우선 예전의 강압적인 수사 관행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이정훈(43) 전 민노당 중앙위원은 자신을 면회한 지인들에게 “의외로 폭압적인 분위기는 아니고, 억지로 진술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처음엔 항의의 뜻을 보이기 위해 단식했지만 지금은 밥도 잘 먹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매일 밤 가족들이 넣어주는 주요 일간지도 꼼꼼히 읽고 있다고 했다.

김승교 공동변호사는 장씨가 수사 초기 혐의를 일부 인정하다 이후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해 “장씨가 (대학 시절인) 1981~1982년의 국정원 인권 상황을 떠올렸다더라. 자기는 죽어서 나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며 “그런 건 지금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장씨가 체포된 다음 날 오후까지 일부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경악할 만한 협박을 받았고 겁에 질려 소극적으로 일부 진술하게 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이 미국은 테러범을 수용소에 보내는데 장씨를 미국에 넘기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수사에 협조하면 미국인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고 미국으로 강제 추방하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더라”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또 매일 또는 이틀에 한번 피의자를 접견하고 피의자 조사에 변호인이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변호인은 또 “피의자 동의 없는 상태에서 야간 수사는 위법임에도 저녁 8시나 9시까지 조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최근 특정 사건의 참고인이나 피내사자 신분으로 대기업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서울중앙지검에서 밤 12시나 새벽 1시께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게 하는 지적이라는 게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간첩’ 용의자가 포함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에 대한 수사 상황이 외부로 시시각각 새나오고 현직 국정원장이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은 ‘새로운 트렌드’의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증거를 찾아라 = 과거 간첩사건들이 줄줄이 무죄로 재조명되는 것만 봐도 자백이나 심증, 상황논리 등으로는 유죄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공안당국도 인식하고 있다.

송두율 교수는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돼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사실이 증명되지 않아 이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과 피의자를 아직 ‘간첩단’이나 ‘간첩’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도 이처럼 신중한 접근 자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간첩 사건은 자칫 증거가 북한 밖에 없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그동안 흘러나왔던 장씨 등 일심회 조직원의 ‘조국통일상’ 및 ‘민족통일상’ 수상 여부나 공작금 수령 의혹 등은 뚜렷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오로지 북한만 그 진위를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은 장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메모, USB 저장장치, 컴퓨터 하드웨어 등의 자료를 분석하면서 장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건넸다는 혐의를 입증할 단서나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정원은 또 다른 조직원에 대해서도 장씨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고 장씨가 ‘특정 인물’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각종 정보를 넘겨줬다는 등의 의혹을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처럼 증거 위주로 수사관행을 탈바꿈한 데는 이번 ‘일심회’ 사건이 여러 모로 달라진 공안수사 환경에서 공안당국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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