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수사’ 변호인 접견범위 논란

공안 당국에서 수사 중인 이른바 `일심회’ 사건 피의자 변호인단이 국정원에서 정당한 변호인 접견을 방해받았다며 준항고를 낸 것을 계기로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 접견권 허용 범위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변호인단은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이 헌법에 보장된 절대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수사기관에서는 수사를 방해할 정도의 변호인 개입행위는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팽팽한 의견 대립을 이루고 있다.

변호인단이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함에 따라 향후 사법당국이 수사기관의 구체적인 변호인 접견 제한행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 헌법적 권리침해 vs 수사방해 = 변호인단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장민호씨 등의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수사관이 “피의자 바로 옆에 앉아 신문내용을 일일이 받아적었다”는 이유로 입회한 변호인을 강제퇴거시켰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구금된 피의자가 신문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대법원 결정례를 근거로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피의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피의자가 조력을 받기 위해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 시작부터 재판 종료까지 언제나 가능하다’는 헌재 결정례를 제시하며 공안당국이 헌법적 권리를 무시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반면 공안당국은 대검에서 마련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에 따라 변호인이 허용된 범위 밖의 행위를 했다고 보고 접견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련 지침에 따르면 검사 승인 없이 신문을 개입ㆍ제지하거나 피의자에게 특정한 답변을 요구했을 때, 신문을 방해했거나 신문 내용을 촬영ㆍ녹음ㆍ기록했을 경우에는 수사관이 변호인의 퇴거를 요구하고 변호인 없이 신문할 수 있다.

◇”접견권은 절대적 권리” vs “사실 파악 우선” = 이 같은 변호인단과 수사기관의 의견대립에 대한 학계와 법조계의 견해도 엇갈린다.

우선, 헌법에 보장된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어떤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는 `절대적 기본권’에 해당되므로 수사기관에서 변호인의 신문내용 기록행위를 금지하거나 수사방해를 사유로 변호인을 쫓아내는 것은 위헌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피의자 신문내용을 기록하는 행위는 부당한 수사관의 신문으로부터 피의자를 보호하고 향후 재판을 위한 방어 준비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변호인 조력을 막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피의자와 변호인이 나누는 얘기를 수사관이 받아적는 행위가 절대적 권리인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한 1992년 헌재 결정례를 제시하며 “변호인의 접견권한은 두텁게 보장해야 하며 이를 제한하는 대검 내규도 위헌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판사는 “피의자의 권리와 수사권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실제 조사 중 변호인 퇴거가 이뤄졌는지, 변호인이 수사 기밀을 기록해 외부로 유출하거나 수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사실관계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법원 판례도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따져본 결과 변호인이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면 퇴거 조치 자체가 무조건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향후 결정 주목 = 변호인 접견은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재판이 아닌 수사단계에서의 접견범위를 규정한 법조항은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2003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던 송두율 교수가 변호인 접견을 봉쇄당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결정례가 있지만 변호인 접견 자체가 허용돼야 하는지를 다룬 사안이어서 보다 상세한 기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번에 변호인단이 수사기관의 구체적인 변호인 접견 금지 행위의 위헌ㆍ위법성을 가려달라는 준항고 및 헌법소원을 법원과 헌재에 제기함에 따라 향후 사법당국의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가 주목된다.

수사 중 피의자 인권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느냐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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