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발목을 잡았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며 비핵화의 첫 행동에 나선 덕택일까.
4개월만에 베이징에서 재개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이 현재까지는 돌발상황없이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북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7일 4시간 가까이 서로의 대사관을 오가며 양자협의를 갖고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다음 단계 이행을 위한 로드맵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북.미 어느 쪽도 6자회담 테이블에 먹구름을 드리울만한 새 요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18일 숙소를 나서면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핵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등) 2단계에서 해야 할 조치들을 연말을 전후해 마무리 짓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연내에 2단계 조치들을 끝내자는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연내 불능화 완료, 내년 비핵화 완료’라는 미국의 목표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회담장 안팎의 분석이다.
그는 전날 저녁 북한과의 회동을 마친 뒤에도 “2단계 시간계획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의견교환을 했다”면서 “현재로선 장애물은 없다”고 말했다.
회담 상황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전날 미국과의 회동에서는 경수로 등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체로 좋은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 원자로 등 폐쇄시설을 조기에 불능화하고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등 나머지 핵프로그램도 연내에 모두 신고하고 불능화한다’는 한.미의 2단계 로드맵 구상에 순순히 동의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우선 북한으로서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교역법 적용 종료 등 이른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확실한 변화를 담보하기 전까지는 불능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길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단계 약속이행을 위해선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수로 제공’도 시간 문제일 뿐 북한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를 마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한 뒤에야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경수로 제공에 대한 확실한 시간표가 마련되지 않으면 불능화에 착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있어 적잖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3일 언급한 유엔을 포함한 북.미 군사회담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표면상으로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자며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는 미국의 핵위협을 주장하며 `핵군축론’을 제기하기 위한 수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