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버시바우는 ‘북한산’ 경찰은 ‘모른다’

올해 4월 한국에서 적발된 ‘슈퍼노트(초정밀위폐) 1천400장의 제조처가 북한이라고 밝힌 알렌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이 23일 또다시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북한의 위폐제조에 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올해초 한국에서도 북한산 위폐가 대량으로 적발됐다”고 언급했다.

버시바우가 지목한 이 사건은 올해 4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중국에서 들여온 100달러 위조지폐 1천400장을 은행과 환전상을 통해 환전을 시도하려던 이모(49)씨를 적발한 사건을 말한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과 관련, “이씨가 중국에서 위폐를 들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출처(제조처)를 밝혀내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슈퍼노트’를 건네받았던 공범 정모(41)씨는 중국에 거주하는 재중동포로 조사가 불가능했지만 공범에 대한 수사 내용을 중국에는 통보해줬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버시바우 대사는 어떻게 “내가 알기로는 한국 경찰이 원산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수사를 끝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적발된 위폐가 북한산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을까 의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서 당시 적발된 위폐를 넘겨받아 화학적 검증 과정을 거쳐 정보당국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위폐의 출처를 북한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말하는 화학적 검증이란 위폐에 사용된 특수잉크의 종류를 밝혀내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화폐 인쇄에 사용하기 위해 수입한 특수잉크가 위폐에 쓰인 것과 같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슈퍼노트가 북한산일 가능성을 의심할 수는 있지만 이를 100% 확신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화폐 제조에 사용되는 시변색 잉크(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특수잉크)는 스위스 시크파(Sicpa)사에서 거의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전세계 90여개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12월 부산세관에서 가짜 양담배 290만갑 밀수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함께 발견된 ‘슈퍼노트’가 올해 4월 서울에서 적발된 위폐 1천400장과 동일하다는 점을 근거로 미국이 이들 위폐를 북한산으로 단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가짜 담배를 싣고 부산에 입항한 중국 선박은 북한의 라진항을 경유했다는 점에서 밀수품의 제조처가 북한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은 올해 6월 당시 세관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라진항에 정박했다고 해도 이 담배들이 북한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한 위폐감식 전문가는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슈퍼노트’는 중국을 경유해서 들어온다는 점에서 북한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라며 “위폐 제조는 워낙 비밀리에 이뤄져 현장 사진을 찍어 놓는 정도가 아니고서는 제조처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위폐 문제는) 과학적, 기술적 추적 과정이다. 말이 신중해야 한다. 그럴 경우 말을 하지 않는 게 맞다”며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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