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도서’로 남북화해 꿈꾸는 탈북자

“책이 나오면 수익금 1%를 평양산원에 있는 산모와 신생아들의 건강증진기금으로 쓰고 싶습니다.”

북한이 중동에 파견한 근로자 출신으로 1997년 3월 쿠웨이트를 거쳐 한국에 온 림일(37)씨는 6ㆍ15 남북 공동선언 5주년을 맞는 올해 그간 남쪽 생활을 정리한 자신의 원고를 책으로 펴낼 출판사를 찾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책에 `웃음도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직 구체적인 책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남한에 살면서 겪어야 했던 좌충우돌식 실수담을 재미있게 엮어놓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일화들은 당시 그에게는 얼굴이 화끈거릴 만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장래의 독자들에게 남과 북의 이질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동시에 웃음을 자아내는 소재가 되고 있다.

그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5천원 지폐를 1만원 지폐로 잘못 알고 건넸다가 주인에게 면박을 당했던 자신의 체험을 소개하면서 남과 북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폐를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고 있다.

림씨는 북한을 의도적으로 깎아 내리면서 남한이 더 우월하다는 식의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분단이 남긴 우리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는 2002년 6월 월드컵에서 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쳤던 `붉은 악마’의 기적을 보고 “공산주의를 상징하던 ‘빨강(red)’이 젊음과 열정, 단합을 상징하는 기호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그는 북쪽에서는 친구라는 의미로 쓰이는 `동무’가 남쪽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아름다운 우리말 동무가 분단시대가 낳은 정치 이데올로기의 희생물이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런 체험들은 그가 수년 간의 준비 끝에 6ㆍ15 5주년을 맞는 올해 `웃음도서’출간을 결심토록 만든 계기가 됐다. 그는 웃음만이 남북 화해 및 평화, 그리고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이 출간되면 김 위원장에게도 꼭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도 나 같은 평범한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을까요. 분명히 제 책을 읽고서는 웃음을 짓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림씨의 노력은 그가 8년 전 봄 서울에 도착했을 때 느낀 막막함 만큼이나 뚫기 어려운 장벽에 봉착해 있다. 그는 “원고를 들고 출판사 여러 곳을 찾아 문을 두들겼지만 아직 선뜻 출판에 나서겠다는 곳은 없다”며 주변의 도움을 호소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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