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비롯, 6ㆍ15공동선언 발표 5주년 민족통일대축전 등 최근 남북공동 행사나 회담에서 ‘우리민족끼리’를 유난히 강조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우리민족끼리’가 북측의 생존전략에 남측이 끌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남북화해를 넘어 남북협력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나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등 한반도 평화 구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측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2000년 6ㆍ15남북공동선언 이후.
북측이 소개하는 남북정상회담 일화는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당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을 때 숙소 문이 잘 열리지 않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문 손잡이를 잡고 함께 여는 순간 숙 문이 활짝 열렸고 이 때 ‘우리민족끼리’ 이념에 눈을 뜨게 됐다며 김정일 위원장이 이 이념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후 북한은 “6ㆍ15는 곧 우리민족끼리다”, “우리민족끼리는 민족대단결의 기치”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민족끼리’를 주창하고 있으며 최근 일련의 핵위기 속에서도 ‘우리민족끼리’를 거듭 강조하며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근 정동영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최우선적인 지위에 올려놓고 이를 반대하는 시도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 ‘우리민족끼리’가 북측 최고지도부의 지향점임을 분명히 했다.
23일 발표된 남북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서도 모두에 “우리민족끼리 이념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으며, 6ㆍ15공동선언 발표 5주년 민족통일대축전에서는 선언 발표일을 북측이 ‘우리민족끼리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민족끼리’는 북측의 당면한 최고가치이자 지향점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북측이 ‘우리민족끼리’를 되풀이 강조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남측과의 관계도 고려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곧 미국의 실질적인 위협을 상쇄하고 그와 동시에 경제를 살리는 한편 핵문제 해결에서 남한의 역할을 기대하는 등 ‘다목적 카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 일부 보수성향 인사들은 ‘우리민족끼리’에 대해 “반외세, 반미, 주한미군 철수에 기반을 둔 북한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7.4공동성명에 여러 합의조항이 있었지만 북측이 강조한 자주평화통일에만 휘둘렸듯이 이번에도 ‘우리민족끼리’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12개 합의 조항 모두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연구실장은 “북측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한끝에 내린 결론이자 지향점이 ‘우리민족끼리’이다”며 “단기적으로는 남북간의 화해.협력을 장기적으로는 핵문제 해결 및 북미관계 개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민족끼리와 반외세의 연관성’에 대해 “굳이 우리민족끼리라는 정신을 좁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면서 “핵문제를 비롯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