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이냐, 관리냐’ 엇갈린 외교해법

장마전선이 짙게 드리웠던 지난달 5일 새벽 하늘을 가른 북한의 미사일이 국제사회의 핵심이슈로 부각된 지도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1월 5차 북핵 6자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뒤 장기간 교착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차에 돌출된 미사일 사태는 북핵 외교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특히 국제사회와 맞서겠다는 북한의 또 다른 ‘벼랑끝 전술’은 관련국들의 ’외교해법 차이’를 더욱 가시화하는 계기가 됐다.

◇혈맹마저 고개돌리게 한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은 ’군사훈련의 일환’이라는 논리를 고수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채택되자 이 마저도 ‘전면 거부’해버렸다.

그리고는 ‘대북 금융제재 해제가 없으면 6자회담 복귀는 없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이런 북한을 두고 전통의 혈맹인 중국도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나서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호소했음에도 이를 외면한 북한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냉정한 메시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물자의 이동을 제한할 수있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중국은 주도적으로 참여해 결국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1998년 1차 미사일 위기국면 당시 유엔 안보리에서 강경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다 중국의 반대로 ’의장 언론성명’이라는 ‘맹탕 문건’만 발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중국의 달라진 모습은 지난주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을 공개석상에서 드러내놓고 ’외면’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리 부장은 또 북한이 빠진 10자회동을 성사시킨 장본인이었다.

10자 회동 직전 백 외무상을 만나 1시간 30분에 걸쳐 설득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상황은 북한이 빠진 10자회동의 개최로 굳어졌고 설득작업역시 무위로 끝났다.

이런 중국의 모습은 북핵 협상국면이 10여년이 넘어가면서 북한이 고비고비마다 구사한 ‘벼랑끝 전술’에 중국마저 피곤함을 느끼게 된 결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또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2010년 국제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리더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이 더이상 ‘문제아’로 낙인찍힌 북한을 공개적으로 편들 수 없다는 사인을 보인 것으로도 풀이됐다.

물론 중국은 동아시아 질서가 미국과 일본 주도로 전개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국제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비정상 일탈행위를 일삼는 북한에게는 뚜렷한 경고를 보내야한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미국과 일본의 강경 드라이브를 조정하는 ’새로운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중국의 변화를 북한 당국이 수용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선택에 달린 상황이다.

◇‘상황 관리’하는 한국=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도 추가적인 사태악화 방지 및 6자회담 조기 복귀라는 국제사회의 엄중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한데다 유엔 결의안 마저 ‘전면 거부’하고 ARF에서도 ’고립’을 자초한 북한이 또다른 ‘도발행동’을 할 경우 국면 전환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이후 한달여 동안 숨가쁜 시간을 보낸 만큼 8월 한달은 상황을 잘 관리한 뒤 가을부터 상황변화를 모색해보자는게 정부의 솔직한 속내로 풀이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쉽사리 변하지 않으려는 북한을 억지로 설득하는 것도 그렇고 이미 강경 드라이브를 걸기로 한 미국을 상대로 ‘속도조절’을 말하는 것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살’ 얘기까지 나오는 레바논 사태, 그리고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이란 핵사태 등 다른 굵직한 국제현안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인사를 중심으로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촉구하는 미국내 여론의 향방도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당국자는 “현 시점에서는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여러 변수가 맞물리고 특히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임박해지면 상황이 자연스럽게 변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8월과 9월초까지를 ’상황 관리’의 시기로 잡는 정부 당국자들은 9월 중순께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중요한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

돌파를 장기로 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제정세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부시 대통령에게 ’국면전환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카드로는 미국 특사의 방북이나 북미 양자협상 개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강경 드라이브= 미국은 일단 정해진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9.19 공동성명에서 규정한 프로세스를 진행하려고 해도 북한이 응하지 않는 이상 더이상 시간 낭비는 하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금융’이라는 북한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추가적인 금융제재 등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 보고서를 공개하는 형식으로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BDA는 조사는 이른바 북한의 위폐 제조 의혹에서부터 마약거래, 밀수 등 북한정권의 추한 모습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증거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BDA 조사결과가 공표될 경우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다시한번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하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그는 지난달 30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최고위층에서 상당한 양의 불법자금을 전 세계 은행에 숨겨놓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를 날렸다.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쉽게 나올 수 없는 이 발언은 앞으로 미국 당국이 더욱 가혹한 북한 압박에 나설 것임을 짐작케한다.

미국은 금융제재 외에도 클린턴 정부 시절 해제했던 경제제재 등도 조만간 복원할 계획이다.

북한과의 무역거래가 많지 않은 까닭에 북한이 체감하는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지만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이 원하는 바라면 우리는 북한을 기꺼이 고립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북한과의 설익은 대화는 당분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인 힐 차관보의 입에서 “북한은 이런 더러운 불법행동, 특히 미 달러화 위조를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항공모함 같아서 한번 정책 방향을 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특징이 있다”면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미국의 강경 제재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그 제재를 북한 정권이 견뎌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강공책이 어쩌면 북한 정권의 향방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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