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빠이빠이’하던 딸 59년만에 봅니다”

“1ㆍ4후퇴 때 나룻배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던 중 가족과 헤어졌습니다. 그때 다섯 살이던 맏딸이 북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배 위에서 `아빠 빠이빠이’ 했어요. 이제 59년 만에 그 딸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참가 대상자로 확정된 신광선(92.서울 광진구)씨는 17일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셈”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황해도 연백군 운산면에 살던 신씨는 1ㆍ4후퇴 때 중공군이 밀려온다는 소식에 가족과 함께 임진강을 건너기로 했다.

그러나 노모와 아내, 세 딸을 모두 데리고 임진강을 건너기에는 너무나 위험했다.

임진강의 거센 물결과 사정없이 날아드는 총알에 신씨 가족이 탄 나룻배는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듯했다.

이대로 강을 건너다가는 일가족이 몰살하겠다는 생각에 신씨는 노모와 아내, 그리고 세 딸이 탄 배는 다시 북쪽으로 돌려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뒤 혼자서 임진강으로 뛰어들었다.

강으로 뛰어드는 신씨에게 다섯 살짜리 맏딸 승자(현재 나이 65세)가 “아빠 빠이빠이”하면서 손을 흔들었고 신씨는 며칠만 기다리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신씨는 59년이 지나서야 두 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딸을 만날 생각에 신씨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면서도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신씨는 “임진강에서 헤어질 때 막내딸 승숙이가 첫돌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갑이 다 됐다는 겁니다. 아버지 없이 평생을 살았을 것을 생각하니 어찌나 미안한지…”하고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신씨는 세 딸 중 둘째가 상봉 행사장에 나오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노모와 아내는 이미 눈을 감았을 테지만 둘째가 혹시나 몹시 아픈 것은 아닌지, 먼저 세상을 뜬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신씨는 “나이가 많으니 더 늦기 전에 가족을 만나라고 적십자에서 배려해준 것 같다”며 “딸을 만나면 꼭 안아주고 59년 동안 쌓아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봉 행사는 26~28일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 100명이 금강산에 가서 북측 가족 약 200명과 만나고 29일부터 10월1일까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100명이 역시 금강산에서 남측 가족 약 450명과 만나는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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