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성’ 김정운 후계체제 미래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 정운(25)을 선정한 사실을 내외에 사실상 ‘공표’함으로써 ‘김정운 후계’가 가시화됐다.

그러나 정운의 개인적 역량이나 북한이 처한 내외 여건에 비춰, 그가 후계자로서 기반을 단단히 닦고 권력을 공식 승계한 뒤 체제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각 단계마다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에도 80년 후계자로 공식화될 때까지 6년동안, 그 이후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권력을 공식승계할 때까지 14년간 수업과 `숙성’ 과정을 거쳤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후광 외에도 노동당 밑바닥에서부터 자신의 지지기반을 구축 확대하면서 후계자에 오름으로써 스스로 절대권력을 뒷받침하는 토양을 쌓았고 남산학교와 김일성종합대학 교육과정에서 쌓은 인맥은 추후 후계구도와 권력장악에 자산이 됐다.

이에 반해 정운은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중반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작년말 내부 논의를 거쳐 올해 1월 내정된 뒤 4개월여만에 내외에 반공식화됐다.

관측자에 따라선 빠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을 선언할 2012년 정운이 후계자로 공식 공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운 후계체제 구축이 이같이 `속도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북한의 지도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로 인해 갑작스러운 지도력의 공백 가능성을 그만큼 크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사실은 곧 김정운 후계체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 20대 중반인 정운은 아버지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결정될 때에 비해 공직 및 정치활동 경력이 일천하고, 교육도 교사를 집으로 불러 공부하는 방식으로 받는 등 일반 사회와 격리된 상태에서 성장해 일반적인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체험할 기회가 없었다.

앞으로 시간에 쫓기듯 후계자 수업을 하며 후계자로서 자질을 입증할 ‘업적’을 쌓아야 하는 김정운의 후계체제 성립의 성패는 결국 김정일 위원장의 물리적, 정치적 생명력에 달렸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등 공개활동을 비교적 활발히 하고는 있으나 뇌혈관계 질환의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육체적으로 어려운 형편이어서 국정 현안에 대해 형식적인 보고를 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이 국정 전반을 장악, 운영하고 있어 김 위원장이 ‘형식상 보고’를 받는 수준에서라도 최소한 5년 이상 지속된다면 정운의 후계체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정치적 생명력이 지속되는 한 정운은 김 위원장의 후광과 후견인 장 부장을 중심으로 한 국방위원회, 기타 권력층의 옹위에 힘입어 권력기반을 차분히 만들어갈 수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핵심권력 엘리트층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통치기구들을 이용해 후계자 옹립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운 자신도 정치적 욕심과 리더십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적쌓기에 속도를 내면서 빠르게 권력을 장악해 나가면서 초고속 승진을 통해 2012년 무렵이면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노동당 조직비서 등 2인자 직책을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정치적 생명력이 짧아진다면 어린 나이에 정치경험이 없는 정운은 국가 지도자로서 크고 작은 정책결정을 하기에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 그의 후계체제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정치경험이 일천한 정운은 장 부장을 중심으로 한 국방위원회의 후견을 받으면서 후계구도를 다져나갈 수 밖에 없어 그가 권력을 세습하더라도 후견그룹에 대한 의존도는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운이 후계자로서 인지도와 권력기반을 원만히 조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물리적.정치적 생명을 잃는다면 정운의 후계체제의 장래는 장성택 부장의 의지와 노력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 부장이 정운의 후계체제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지만, 장 부장이 정운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국방위원회라는 기구를 내세워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전문가는 “장성택 부장 등 실권을 쥔 권력실세들이 후계자를 형식상 국가원수로 내세우고 주요국정과 인사, 정책을 좌우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연구소 해외지도자 연구이사는 김 위원장의 사후 “과연 장성택 부장이 가만히 앉아서 정운이 서서히 권력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둘지, 아니면 김정운 체제를 뒤엎을지, 혹은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지, 아니면 집단지도체제 안에서 권력 투쟁이 일어날지” 장 부장의 선택을 관건으로 봤다.

장성택 부장은 이미 올해 들어 정운의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명분아래 자신의 측근들을 국방위원회와 군부, 노동당 등 권력기관 전면에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인물이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이영호 군 총참모장, 박명철 국방위 참사, 김양건 당 통전부장, 최익규 당 선전선동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겸 국방위원 등이다.

김정운의 생모 고영희씨와 친분이 있더라도 장 부장의 측근이 아니면 권력핵심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 속에서 장성택 부장의 실권은 예상보다 훨씬 커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권부의 실세들도 후계자 정운과 함께 장성택 부장 양쪽에게 줄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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