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자성.우려’ 혼재하는 통일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난 17일 통일부 당국자들이 충격을 추스르면서 외교부로의 흡수통합을 다가온 현실로 인식해가는 양상이다.

특히 국회 협의과정이 남아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어차피 부서가 존치되더라도 기능의 대폭 축소 등 `슬림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자각이 부내에 확산되면서 불안과 자성,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

많은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통합일 뿐 통일부 폐지는 아니라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지만 통일부 내부에서는 대체로 이번 조직개편안을 부서의 `공중분해’로 여기는 분위기다.

일부 당국자들은 `경협→지식경제부, 대북 정보분석→국정원 등으로 조직의 기능이 분산될 경우 직원들은 `통일부 유민’이 되어 각 부서로 흩어지게 되는 거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작년 남북정상회담 후 뼈빠지게 일해왔는 데 이런 상황에 처하니 허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당국자는 “지난 10년간 다른 부처와 국내 각 부문의 대북사업들을 총괄조정하면서 `오만한 통일부’로 비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면서 “또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국민에 정확히 알리지 못하다 보니 `대북 퍼주기’ 부처로 잘못 인식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정책 수립 및 대북 사업의 총괄조정을 맡는 독립부서가 폐지되는 것이 남북관계에 가져올 역효과를 우려하는 당국자들도 적지 않다.

통일부 존폐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침묵해온 이재정 장관은 이날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 앞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남북간 화해.협력을 여는 초기단계이며 7년만에 정상회담도 열렸고 핵문제 해결과정도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정리한 후 “통일부의 폐지로 미래의 남북관계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또 한 당국자는 “앞으로 각 부서들이 대북업무 담당 부서를 갖게 되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북 사업에 뛰어들게 될 수 있다”면서 “그 경우 북한은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1시간50여분 진행된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이처럼 복잡한 당국자들의 심경이 그대로 투영됐다.

현 상황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 보다는 통일부가 외교부로 흡수되고 주요 기능들이 타 부처로 이관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주로 언급됐으며 조직이 어떻게 되느냐에 관계없이 할 일들을 흔들림없이 하자는 다짐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팀장은 “회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담담했다”면서 “대부분의 발언 취지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지금 정부조직 개편의 기본 취지가 조직을 기능별로 통합해서 슬림화하자는 것인데 통일부 자체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각 부처로 나누면 부처마다 대북관련 조직이 생겨 오히려 조직 슬림화 취지에 정반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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