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친서’ 한반도 정세 급류 신호탄되나

“고비를 맞는 중요한 시점에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진 것과 관련, ’최고위층의 결단’이 공유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부시 대통령이 보낸 친서가 미국의 협상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북한이 친서 전달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북한의 ‘결단’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美 대통령 친서의 의미 = 정부 당국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문제를 풀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측은 힐 차관보가 방북하기 전에 정부 당국자들에게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사전에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친서의 내용은 ▲미국은 북한과 과감한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 ▲미북 관계 개선의 진정한 용의를 갖고 있으며, 한국전쟁을 공식으로 끝낼 의지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핵화의 진전이 필요하며, 북한 최고수뇌부의 적극적인 결단이 요구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10.3합의 이행과 관련, 연말을 시한으로 한 핵시설 불능화 작업이 순항중이지만 다른 현안인 핵 프로그램 신고가 여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신고와 관련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은 미국내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 외교소식통은 “2차 핵위기의 원인이 된 UEP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미 의회는 물론 강경파들이 ’5년간 도대체 뭘 했느냐’는 비난을 퍼부을 것”이라면서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면서 UEP 문제를 공론화한 만큼 북한도 신고서에 UEP를 포함시켜야 함을 힐 차관보가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가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시점이 북한을 떠나는 5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만난 자리인 것도 나름대로 함의가 있어 보인다.

다시 말해 북한측이 3일부터 계속된 힐 차관보의 북한 체류 기간에 UEP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보다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北 어떤 반응 보일까 =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고 보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6일 한 조찬간담회에서 북핵 신고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핵문제는 안정적 국면으로 가느냐, 삐걱거리는 굴곡을 겪느냐의 고비에 있다”고 말한 것도 북한의 ‘신고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UEP 문제에 있어 소극적인 북한의 태도를 놓고 북핵 외교가는 ▲추가적인 물질적 보상을 원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UEP를 끝까지 숨기려 할 수 있다 ▲너무 저급한 수준이어서 공개하기를 꺼릴 것이다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미국 조야의 강경한 분위기를 감안할 때 북한의 ’증거에 입각한 만족할만한 해명’이 전제돼야 비핵화 2단계의 완성은 물론 북핵 협상 전반에 걸쳐 긍정론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미 양자접촉 등에서 일부 수입을 시인한 알루미늄관의 현재 상황을 검증하고 현재 UEP 문제와 상관없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입증할 경우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한 것은 긍정적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친서에서 부탁한 내용을 수용하는 한편, 가급적 친서의 내용에 부합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6자회담.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 =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존중하기로 결심하고 신고 문제에 있어서 보다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6자회담의 전망은 그만큼 밝아질 수 있다.
특히 당초 6∼8일 개최 예정이었던 비공식 6자 수석대표회담은 무산됐지만 빠른 시일내에 새로운 회담 개최안이 회람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의장국 중국은 변화된 상황을 감안해 북한측의 의사 등을 수렴한 뒤 6자 수석대표회담 일자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열릴 6자회담은 비핵화 2단계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점검하고 내년 이후 본격화될 비핵화 3단계, 이른바 ‘핵폐기’ 로드맵에 대한 논의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의 핵심 참가국인 북한과 미국의 최고수뇌부가 ’교감’을 이룰 경우 이는 6자회담 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기 6자회담이 열리고 이어 6자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될 경우 한국전쟁의 종전을 논의할 정상급 또는 고위급 4자(남북한과 미국, 중국) 포럼을 가동하는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을 방문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5일 북한 핵 불능화와 신고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난 뒤 “핵 폐기 단계의 적당한 시점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4자) 정상들의 회동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미국측과) 교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로 인해 상당한 과도기를 거쳐야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북한과 미국의 최고 수뇌부가 교감을 거쳐 북핵 현안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경우 한국내 사정과 무관하게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의 특성상 긍정론과 함께 부정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대책마련에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면서 “북.미 관계의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물론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 등도 세심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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