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해법’ 도출되나

“복잡하게 얽힌 것 같지만 단초를 찾아내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이른바 제2차 미사일 위기를 풀기 위한 각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대북 문제에 정통한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26일 과거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의외의 사태 전개 가능성을 제기했다.

1주일 전만 해도 ’미사일 발사 임박’이라는 긴박감이 국제사회를 흔들었으나 어느덧 한 고비를 넘긴데 이어 ‘사태 장기화’까지 언급되는 현 상황이 전형적인 북한 문제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 장기화되나= 가장 우선 파악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속내다.

미국의 위성 사진판독이나 주변국의 정보 등을 종합해볼 때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또는 위성) 발사 기지 주변 상황은 대략 일주일 전부터 ’발사준비를 사실상 마감한 상태’였다.

’준비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북한의 행보에 대해 “애초부터 쏠 생각이 없었다”는 분석에서 “결국은 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사태 장기화 여부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50 대 50”이라는 중립적 발언을 고수한다.

발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측은 지난주 조선신보에서 나온 것처럼 이번 사태는 미국을 압박하는 ’위협전술’에서 비롯된 것일 뿐 실체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 실체가 있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한국과 중국이 나서서 자제를 촉구하고 러시아 등 관련국들마저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입장에서 북한이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당시를 감안할 때 북한이 외부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결국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시각도 아직 여전하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언제까지 미국의 답이 없으면 쏜다는 데드라인(시한)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이 정한 데드라인이 있다면 미사일 발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간 뉴욕 채널이나 관련국들의 정보를 취합할 때 북한은 현재까지 어떤 형태로든 데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무수단리 상공의 기상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기상상황이 나아지는 이번 주 동향을 보면 북한의 움직임을 추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북한 입장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의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좀 지켜보는 그런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채널 분주= 북한이 ‘주판알’을 퉁기고 있다면 가급적 도발을 자제하는 쪽으로 북한을 설득해보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26일 오후 베이징(北京)으로 건너가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등 고위인사와 회동(27일)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중 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 등을 감안해 도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한이 원하는 현안을 협상의 틀내에서 모두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그토록 집착하는 북미간 직접 대화를 내용적으로 충족시킬 묘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상당한 역할을 하는 안을 상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6자회담 개회선언을 한 뒤 미국과 북한간 양자접촉을 우선 진행하되 북한이 납득할 수준이 될 때까지 2차 전체회의를 유예하거나 6자회담 개회 전 북미 접촉을 갖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북미간 뉴욕 채널을 좀 더 적극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제안들이 미국 수뇌부의 정책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쉽게 성사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내 분위기가 주말을 고비로 북미간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척 헤이글 상원의원(공화)은 25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나와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직접대화를 빨리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 문제를 빨리 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외교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리처드 루가(공화) 상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을 겨냥했다면 이는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인 만큼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델라웨어) 상원의원도 “직접 대화가 이 문제에 접근하는데 더 좋은 방법이며 극단적인 대결보다는 더 낫다”고 양자대화를 촉구했다.

클린턴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부시 행정부는 5년동안 김정일과 제한된 대화를 하는 바람에 시간만 낭비했고 그 결과 북한은 8개에서 10개까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축출했다”면서 “군사적 옵션을 책상위에 올려놓은 채 북한과 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미국 내부에서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강경파들의 기세를 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강경파로 분류되는 딕 체니 부통령이 “선제공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부인한 것도 외교적 해결쪽으로 분위기를 기울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부의 움직임은 여전히 강경한 편이다.

국내 정치적 여건이나 납북자 문제로 인한 강경 여론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북한 미사일 사태를 기화로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한 미사일 방어체제(MD)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일본 매체들은 연일 미사일 발사가 현실화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비롯해 각종 대북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또 미국이 지난달 17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사일방어(MD) 미·일실무회의에서 지대공유도탄 패트리어트 미사일 3(PAC3)를 오키나와(沖繩) 가데나(嘉手納)기지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미사일 국면의 축은 북한과 미국을 대립각으로 하고 한국과 중국이 중립적 위상을 차지하는 형세로, 일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일본내 움직임이 (북미간) 대립을 부추길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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