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없는 北’에 속타는 美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불러들여 영변 핵시설을 동결키로 한 당초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14일 `2.13 합의’의 1차 시험대인 `60일 시한’이 지나자 미국정부는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 6자회담의 걸림돌이 돼온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를 동결이전 상태로 원상복귀하는 등 이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북한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뿐만아니라 미국으로선 북한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당장 `2.13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데다가 북한의 합의 이행을 강제할 마땅한 압박수단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은 더 깊어만 간다.

미 행정부는 14일 `2.13 합의 60일 시한’이 종료된 것과 관련,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국무부 고위관리가 전화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에게 즉각적으로 IAEA 사찰단을 재초청, 영변 핵시설을 가동중단하고 봉인할 것을 거듭 촉구하는 게 고작이었다.

영변핵시설을 동결하기 전에는 북한에 제공키로 한 중유 5만t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과 북한이 초기 이행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2.13합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게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었다.

대신 미국은 며칠 더 북한에 시간을 주고 북한의 초기약속 이행여부를 지켜볼 것임을 밝혔다.

국무부 고위관리는 “미국의 인내심이 무한한 게 아니다”라며 북한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지만 최후통첩성 발언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관리는 BDA 문제 해결과정에 당초 예상치 못했던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했던 점과 60일 시한이 주말 및 북한의 최대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겹친 점을 언급하며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할 지 며칠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BDA 자금이 손안에 쥐어지기까지는 영변핵시설을 동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버티기에 속수무책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이 같은 `지켜보기’가 `60일 시한연장’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다만 BDA 북한 자금 동결해제 등 몇몇 사안들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약간 더 걸려 시간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에게 새로운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거부했다. `2.13합의’ 이행시한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으로 하여금 빠른 시일내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새 데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북한이 BDA 자금 동결해제와 같은 문제를 구실삼아 또다시 이를 어길 경우 미국의 체면만 손상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핵문제 대처과정에 `대북레드라인’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해서 `2.13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응책에 대해서도 “6자회담 당사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에는 중국의 요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를 만나 미국측에 북한에 대해 좀 더 인내심을 가질 것을 강력 주문했다.

미국으로선 그나마 희망적인 건 북한이 태도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이 지난 13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BDA 북한 자금 문제 해결이 확인되면 곧바로 영변핵시설을 동결하겠다면서 `2.13 합의’를 준수할 의지가 있음을 밝힌 사실을 상기시켰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가 뻣뻣해질수록 미국내에서 대북협상파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의 대북강경파들은 BDA 북한자금 협의과정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원칙없이 무기력하게 북한에 끌려다녔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플랜B’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워싱턴=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