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핵논의’구상 언제 구체화되나

정부가 최근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추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아 궁금증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남북대화와 관련한 정부의 핵심적인 입장은 `본질적 문제’로 규정하고 있는 북핵을 의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북한의 특사조의사절단이 지난 8월 방남했을 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이후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당국자들의 각종 발언을 통해 이를 되풀이해 강조하고 있다.

이 구상에는 남북간 교류.협력이 정치.군사적 협력과 북한의 핵개발 저지로 연결되지 못했던 과거 대북정책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구갑우 교수는 5일 “당국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군사 논의로 직행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있지만 남북 핵논의 구상은 남북간 정치.군사적 논의단계를 돌파하지 않고는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논의할 6자회담 틀이 존재하고 그 틀에서 핵폐기 설계도라 할 `9.19 공동선언’과 1단계 시방서라 할 `2.13 합의’가 나온 상황에서 기존 북핵협상 트랙과 남북간의 핵논의를 어떤 식으로 교통 정리할지는 모호한 상태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핵폐기 최종단계 협상으로 직행하자며 제시한 `그랜드 바겐’과 `비핵.개방. 3000’구상에 입각한 남북간 핵논의가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인지, 보완하는 것인지, 6자회담의 촉진제가 되는 것인지 등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에 대한 정책 건의에서 내년 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남북 비핵화공동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눈길을 끌었다.

이는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이 남북 기본합의서와 함께 발효(1992.2.19)되고, 핵통제공동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남북간에 실질적인 비핵화 논의가 있었던 1990년대 초반 상황을 모델로 삼은 제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 정부 당국자들은 남북 양자간 핵논의의 선례로 핵통제공동위원회가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에 비해 달라진 2009년의 현실에 비춰 과거 수준의 남북간 핵논의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우선 1990년대 초반은 북핵 문제의 발발 초기로, 다자회담 틀은 물론 북미 양자회담 틀도 갖춰지기 전이지만 지금은 6자회담이라는 기존 틀이 존재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또 두차례 핵실험을 거친 북한의 `눈높이’ 역시 핵개발 수준이 `걸음마’ 단계였던 1990년대 초반에 비해 현격히 올라갔다.

1990년대 초반 북은 미국의 대남 전술핵 반입을 저지할 목적으로 남북간 핵논의에 응했지만 이제는 두차례 핵실험을 거쳐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한편 미국에 `핵군축 회담’을 거론하며 핵협상을 북미 양자 구도로 바꾸려 하고 있는 터다.

결국 17~18년 전과는 현격히 달라진 현실 속에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하려는 우리 구상이 꽃을 피우려면 북한의 동의를 얻는 동시에 미.중.일.러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양해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급부상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이 잠잠해진 것도 북한이 남북간 핵논의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점이나 `그랜드바겐’ 구상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점도 남북간 핵논의 구상이 쉬운 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핵 관련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이때 정부는 속히 남북간 핵논의 구상의 실질적인 내용을 채워 국내는 물론 북한과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동의를 얻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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