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가방문’ 민노 방북행적 논란

평양을 방문중인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방북 첫날 김일성(金日成) 북한 주석의 생가를 방문한 사실이 북한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통신 사정상 방북 소식을 하루가 지난 뒤 서울에 알려오고 있는 민노당 방북단은 1일 브리핑을 통해 전날 일정을 소개하면서 조선 사민당과의 만찬사실만 전하고 김 주석 생가인 `만경대’ 방문 사실은 알리지 않은 것.

누락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민노당 전.현직 당직자들이 `간첩단 사건’ 연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의적 은폐’가 아니냐는 빌미를 제공하고 만 셈.

민노당은 “이유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의도적으로 숨기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정당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 비판을 가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만경대 방문 자체를 문제 삼았다.

민노당 정호진(丁皓眞) 부대변인은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누락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 브리핑을 통해 “만경대는 당의 1차 방북 때도 다녀왔던 곳이고 아리랑축전에서도 민간인들이 갔던 곳으로 방북인사든, 민간인이든 의례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라며 “특별한 정치적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유기준(兪奇濬)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민노당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평화사절단으로 방북한다고 하더니 김일성 생가부터 방문한 저의가 무엇이냐”면서 “공식일정에 없던 김일성 생가를 방문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 대변인은 또 “방북활동을 매일 브리핑하면서 만경대 방북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을 은폐하려 한 이유가 국민의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었는 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의 원조인 민주당의 이상열(李相烈) 대변인조차 “민노당의 김일성 생가 방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유보적이었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현 시기에 김일성 생가를 방문한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김일성 생가는 평양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통상 들리는 코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생가방문 사실 누락에 대해서는 “정확한 경위를 모른다”며 논평을 자제했다.

시기적 적절성 논란에도 불구, “이런 때일수록 평화사절단의 역할을 위해 가야한다”며 방북을 강행한 민노당이 핵실험에 우려를 표하고 비핵화를 요구하겠다던 당초 다짐과 달리 방북 이틀 동안 별다른 유감을 내비치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노당은 지난 31일 평양 순안공항 도착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대신 미국과 일본을 비판했다.

문성현(文成賢) 대표는 1일 조선사민당 김영대 중앙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핵실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려 했지만, 김 위원장의 강력한 항의와 제지에 막혀 서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 직후 북한이 6자 회담에 전격 복귀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민노당이 자임했던 `평화사절단’의 역할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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