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피살’ 해법찾기 불가능할까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발생 닷새째를 맞은 15일 답답한 남북간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당국간 움직임에서 강경 기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현지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또 사건의 책임도 전적으로 남측에 전가했다.

정부도 ‘전통문 공세’를 펼쳤다. 12일에 이어 15일 북한에 조사단 방북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계속 보냈다. 아울러 북의 전통문 수신 거부에 ‘전통문 공개’로 맞섰다.

정부는 전통문에서 북한의 남북간 합의 위반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서 `신체.주거.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는 대목 등에서 북측이 한국 관광객의 신변 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더해 1998년 6월22일 현대측과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간 `금강산 관광을 위한 계약서’ 내용과 그해 7월 9일 당시 북측 사회안전부장이 우리측에 보낸 ‘신변안전보장각서’도 북한의 합의 위반 근거로 제시했다.

또 현장조사 허용과 함께 진상규명에 필요한 모든 자료의 제공을 요구했고 북측이 계속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제공조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우리 국민 보호차원에서 이미 결정한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이어 개성관광 중단 카드까지 빼들 수 있다는 기류가 정부 안에서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당일 첫 정부 공식 브리핑에서 이번 일을 `사고’로 칭하고 남북관계 발전과 이번 사안은 별개라고 규정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면 할 수록 북측의 ‘의도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우선 이번 사건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국가의 존재이유와 결부된 문제이기에 단호하게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점 뿐 아니라 북한의 적반하장식 태도 등이 두루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건 발생 초기 일부 실무협의만 거칠 경우 당국자들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남북 공동조사단을 만들어 사건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의 거듭된 비협조로 인해 `절충안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현 시점에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미묘한 기류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방북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북측도 이번 사건의 전개에 관해 당황하는 면도 있고 상당히 고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북측이) 사건의 조사에 관해서 조금 성의를 가지고 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북측의 정확한 의도는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북측도 민간 관광객의 사망에 대한 대응에 고심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 사장은 특히 “이번 사건의 파장이나 남측의 여론에 대해 북측에 상세히 설명했고 합동조사 필요성도 누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남측의 강경 기류를 접한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 장기중단될 가능성을 충분히 알게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금강산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달러의 중요성이 큰 만큼 북한도 사태해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 사장을 만난 김하중 통일장관도 “북한이 하루 빨리 우리측 요구에 호응해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 국민들의 궁금증과 불만을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 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김 장관이 윤 사장의 보고를 듣고 난 후 “(북측은) 사건이 아주 분명한데 자신들로서는 한국측의 진상조사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며 “아무래도 북한이 아직 현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장관은 또 윤 사장의 보고를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이 해소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하며 “북한은 계속해서 앞서 발표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내용을 계속 되풀이해서 설명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정부가 기대하는 북한측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윤 사장을 통해 남측의 기류가 전달된 점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북한이 ‘관광객 피살’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 지, 그리고 과학적인 사건 분석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에 얼마나 객관성이 부족한 지 등 주요 요소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할 때 해결을 위한 접점이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까지 북한의 전반적 태도는 완강하며, 자신들의 독특한 논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금강산 관광의 장기 표류 가능성 등을 감안해 북한이 중장기적으로는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전개되는 양태에 맞는 효율적 대책 강구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 역시 향후 정부의 대책에 대해 “북한측의 반응을 기다려보고 때가 되면 생각을 말하겠다”며 북한 측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