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피살’ 의혹규명 못한 부검결과

금강산 관광 중 북한 초병의 총격에 숨진 고(故) 박왕자씨의 정밀 부검 결과는 현장조사 없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총격이 박씨와 얼마나 떨어진 거리에서 이뤄졌는지, 두발을 한 사람의 사수가 쏜 것인지, 박씨가 정지된 상태에서 맞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부검결과만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발사거리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지형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현장에서의 탄도실험”이라고 말했다.

◇부검결과 드러난 사인.시신 상태.총기 기종 = 국과수는 박씨의 등과 엉덩이 두 곳에서 총알이 몸을 관통한데 따른 총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두 총상 중 하나는 등에서 가슴으로 정방향으로 형성됐고 다른 하나는 우측 엉덩이 부위에서 좌측 엉덩이 부위로 역시 정방향으로 형성됐으며 두 총상의 사입구(射入口.총알이 들어간 곳) 크기는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박씨의 총상 크기(0.5cm)로 미뤄 총기 기종은 실탄 크기가 5.45mm인 AK-74(사거리 550m) 계열로 추정됐다.

이와 함께 사인은 “몸을 관통한 총격에 의해 간, 폐 등 각 장기들이 생명 유지가 부적합할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고 출혈량도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총알이 워낙 빠른 속도로 몸을 관통한 탓에 박씨의 신체와 옷에서는 탄환의 흔적이 검출되지 않았다. 아울러 국과수는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박씨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현장의 모래가 전신에 걸쳐서 많이 묻어 있었다고 전했다.

◇사거리, 사실상 추정 불가 = 부검은 사건 당일인 11일 금강산 관광지구 군사통제구역의 초병이 “2m 이상 거리”에서 박씨를 사살했을 것이란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사거리 이내에서 쏜 것으로 추정될 뿐 구체적으로 얼마나 떨어진 거리에서 발사한 것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국과수 측은 “사거리는 내부 장기 손상 등을 종합 할 때 원사(遠射.1~2m이상 거리에서 쏜 것)로 판단된다”면서 “발사거리를 추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사건 첫날 1km 거리에서 쐈을 것이라는 정보를 접했는데, 그것은 상상이 안된다”면서 “유효 사격거리 이내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거리가 추정 범위(2~550m) 중 어디쯤 자리하는지를 밝히지 못했다.

국과수는 다만 “굉장한 속력으로 사람의 몸을 관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신중한 해석을 했다.

◇두발의 총격간 선후관계 등 = 두발의 총격간 선후관계도 규명되지 못했다. 국과수측은 “탄환이 들어가고 나간 부위에 아주 강력한 출혈이 있었다”며 “만약 한군데 출혈이 미약하면 순서를 가려낼 수 있는데 본 건의 경우 정확히 어느 부위가 1차로 맞았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두발의 총알이 몸으로 들어왔다 나간 이동선이 지면과 평행하다는 점을 밝혀냈지만 그것으로는 박씨가 정지 상태에서 총을 맞았는지, 초병의 제지를 피해 도주하다가 맞았는지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는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국과수는 “피해자의 피격 당시 자세가 굉장히 중요한데, 가해자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방향만 가지고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차 총격을 받고 쓰러진 상태에서 다른 사수에 의해 2차 총격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과수 측은 심장에 관통 총상을 입고도 5~10km를 운전한 실제 사례를 소개하면서 박씨가 서 있는 상태에서 두발을 잇달아 맞았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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