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클린턴’으로..배경은

북한으로 들어가 억류된 여기자들을 구출해올 `해결사’ 후보로는 당초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가장 유력했으나 북한측의 직.간접적 요청에 따라 빌 클린턴 전대통령으로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 방북 특사론이 본격 대두된 시점은 여기자들이 로동교화형을 선고받은 6월초였다. 당시로서는 `고어 카드’가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고어 전부통령은 여기자들이 속한 커런트TV의 회장으로서 이번 사건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려니와 대북 유화적 성향을 보여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0순위 후보’였다는 후문이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언론기고를 통해 고어 전 부통령의 대북특사론을 강력히 제기한 바 있다. 한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고어 전부통령이 실제로 가려던 계획까지 수립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북한의 태도였다. 여기자들의 신병이 북측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측이 먼저 나서서 특정인을 희망하기 보다는 북측이 지명해 요청하면 이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북.미간 접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고어 전부통령은 누가 보더라도 자연스런 방북 카드로 꼽혔지만 북한으로서는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여기자 문제를 고리로 북핵 문제와 관계정상화, 제재완화 조치 등을 일거에 해결해보려는 북측으로서는 보다 큰 임팩트를 가진 인물을 필요로 했다는 얘기다.

특히 2차 핵실험 강행 등 도발 행위를 계속할 필요가 있었던 북한은 당시로서는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의지가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의지의 변화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데다 중국마저 북한을 위해 적극적인 방어막을 쳐주지 않자 7월 이후 북한의 고립감은 커졌을 것이란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너에 몰린 북측으로서는 사실상의 북.미 대화로 연결될 수 있는 `통 큰 카드’가 절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클린턴 전대통령은 북측으로서는 현단계에서 택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다는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전직 미 대통령이자 현 미국 외교정책의 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남편으로서 갖는 중량감 뿐만 아니라, 북측이 `외교적 승리’라고 자화자찬하는 제네바 합의의 당사자라는 상징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의 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해보려는 북측의 이해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카드였던 셈이다.

여기에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억류 여기자를 사면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나온 점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측은 7월초부터 뉴욕 채널과 여기자의 가족들을 포함한 직.간접적 경로를 통해 클린턴 전대통령의 방북을 미국에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워싱턴 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 관리가 억류된 여기자 중 한 명의 가족에게 여기자들을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석방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고 이 가족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런 북한 측의 의지를 전달해 백악관이 방북임무를 승인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어 전 부통령도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방북에 나서줄 것을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버락 오마바 대통령도 이를 승인해준 것으로 전해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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