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격돌’…난항 예고

2단계 제4차 6자회담의 뚜껑을 열어보니 최대 쟁점은 애초 예상대로 평화적 핵 이용권과 경수로로 드러나고 있다.

13일 개막을 전후해 잇따른 양자협의와 북한 및 미국의 장외 설전을 거친 결과 1단계 회담을 휴회로 이끈 최대 쟁점인 평화적 핵 이용권과 경수로 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14일 오후로 예정된 북미 양자협의 결과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자협의 결과에 따라 초반 회담 분위기와 논의 방향이 좌우될 뿐아니라 회담기간도 점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양대 쟁점 가운데 평화적 핵 이용권보다는 경수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8일 “핵심쟁점은 평화적 핵 이용권리와 경수로인데 경수로가 더 어려운 문제”라면서 드러낸 우려가 회담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평화적 이용권의 경우 미국이 모든 핵프로그램 폐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 국제사회 신뢰회복 등의 3대 조건을 전제로 용인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 만큼, 조심스럽지만 북미가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북한이 3대 조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국제관행에 따를 경우 접점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경수로는 미국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인데다, 이번 2단계 회담이 개막되기 전에 비해 경수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협상의 진전을 더욱 어렵게 하는 쪽으로 구체화됐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개막 전에는 북한이 말하는 경수로가 평화적 핵 이용권의 하위 개념으로 미래에 경수로를 지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지, 아니면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산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짓다 중단한 함남 신포 경수로를 의미하는지 모호했다.

오히려 미래의 경수로 권리를 말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13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순안공항 발언에 이어 베이징(北京) 양자협의 및 장외공방 등을 통해 북한의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김 부상은 공항에서 “경수로를 가져야 하며 이 것이 핵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경수로 건설은 관련 각측 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문제와 결부돼 있으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이라며 경수로 확보 의지를 구체화했다.

이어 양자 협의를 통해서는 핵포기에 대한 상응조치의 하나로 금호지구의 신포경수로가 아닌 별도의 경수로를 6자회담 차원에서 건설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한층 더 분명하게 제시했다.

문제는 미국이 경수로에 대해 갖고 있는 강한 거부감이다.

미국 내에서는 영변 흑연감속로 뿐아니라 신포의 경수로마저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에 전용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부시 행정부는 신포 경수로에 대한 폐기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뿌리깊은 불신도 한 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4일 경수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무조건 이뤄져야 하며 그 이후에 다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힌 점에서도 읽을 수 있다.

2004년 2월 2차 6자회담 때 이른 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요구했던 미국이 우려하는 핵시설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수로 건설에 선뜻 동의할 리는 만무해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인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우리측이 던진 대북 200만kW 송전계획인 ‘중대제안’ 카드도 미국이 극구 반대하는 신포 경수로 때문에 회담 진전이 어려운 상황을 간파하고 신포경수로 종료의 대체수단으로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북미 양측의 팽팽한 입장 때문에 회담이 초반부터 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 북미 협의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관심은 이날 양자협의를 비롯한 이번 회담 기간에 북미 양국이 어떤 묘수로 어떻게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지에 집중되고 있다.

접점 찾기의 출발점은 우선 경수로 건설를 요구한 북한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의에 대한 분석은 우선 북한이 회담을 우리한 위치에서 끌고 나가기 위해 미국이 받기 힘든 최대한의 카드를 던졌다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 경우 북한의 핵포기에 따른 추가 상응조치를 희망하거나, 아니면 공동문건에 상응조치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거나 아니면 북미 관계정상화 같은 대목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박자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경수로 건설’이라는 단어를 공동문건에 어떤 형태로든 집어넣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된 요구일 것으로 보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는 향후 공동문건이 합의된 이후 이뤄질 이행방안의 로드맵 협상에서 경수로를 계속 걸고 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수용 결단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함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방점을 찍어 강조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자신들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입장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악은 북한이 경수로 건설 요청을 앞으로 접지 않는 경우이지만 북한도 경제도약과 체제안보를 위해 핵문제 타결이 절실하다는 점은 미국이 받지 못할 요구를 끝까지 고집하지 않고 적정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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