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귀순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함주명씨가 20여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이호원 부장판사)는 15일 함씨가 “이근안씨 등의 고문으로 간첩활동을 했다고 허위자백을 했다”며 청구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에서 고문 등의 방법으로 자백을 강요당한 사실은 없지만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45일간 불법구금돼 고문과 폭행으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고, 검찰 조사 때도 경찰수사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함씨의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함씨가 연루된 간첩사건을 제보했던 검거간첩 홍모씨의 진술이 시간이 흐를수록 엇갈리는 등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반국가단체 찬양죄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반국가단체를 찬양하는 말을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함씨는 판결 직후 기자실을 찾아 “저는 ‘조작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아직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피맺힌 사연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이 고향인 함씨는 1954년 월남한 가족을 만나려고 남파공작원을 자원, 남파된 후 자수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1983년 간첩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5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후 1998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검도 1999년 1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13명이 이근안씨를 고발하자 다음달 “이씨가 함씨를 45일 동안 불법감금한 상태에서 고문수사를 자행해 상해를 입게 하고 함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문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것은 사실이다”고 확인했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