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유골’ 英네이처-日정부 공방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감정 결과를 둘러싼 의문이 영국의 과학전문잡지 네이처와 일본 정부의 공방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번 공방은 지난 2월 2일 네이처가 유골을 감정했던 일본 데이쿄(帝京)대 법의학부 요시이 토미오(吉井富夫.49) 강사가 외부 오염으로 인해 유골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네이처는 요시이씨와의 인터뷰와 자체 취재를 근거로 “유골이 가짜라는 일본의 감정 결과는 과학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당연히 일본 정부는 “요시이 강사가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하고 있다”며 네이처 보도를 반박하면서 치열한 논쟁을 예고했다.

최근 요시이씨가 일본 경시청 산하 과학수사연구소 간부로 자리를 옮긴 사실은 양측의 공방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지난달 25일 요시이 강사가 유골이 가짜라고 감정한 실적을 인정받아 법의학과장으로 특채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지난 7일 “전문가들은 (일본 경시청의) 요시이씨 채용은 그가 사용한 분석기법의 신뢰도에 대한 당사자 직접 확인을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갑작스런 전직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제 경시청 소속이 된 요시이씨가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기 위해서는 상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네이처에 따르면 일본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골감정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던 스토 노부히코(首藤信彦)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의회에서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외상을 겨냥해 “실제 경찰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을 부서장으로 앉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것이 증인을 숨기려는 의도는 아니냐”고 캐물었다.

일본 정부는 요시이씨의 유골감정 결과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내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도 이같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최근호(4.4)에서 “요시이씨가 사용한 분석기법(nested PCR)은 신뢰성에 문제가 많아 미국의 전문적인 법의학 연구소에서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도하면서 유골감정 결과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요시이씨를 경시청 산하 연구소 간부로 채용한 일본 정부의 조치는 개인에 대한 인사 차원을 넘어 향후 북ㆍ일 관계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정치적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본 대학 교수들은 “조ㆍ일(북ㆍ일) 문제와 관련, 가짜유골 날조사건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북한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유골모략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수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해 왔다. 요시이씨의 발령은 유골 문제에 대해 사죄할 생각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의중이 담겨 있는 조치로도 해석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현재 일본 정부는 스스로 유골이 가짜라는 쟁점을 먼저 제기해놓고 이에 대한 해명은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과학적 의문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에는 북ㆍ일 관계의 개선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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