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DA 조치 1년’ 경과와 전망

미국이 “북한이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해 위조 달러를 유통시키고 돈세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지 15일로 꼭 1년이 됐다.

이에 반발한 북한이 미국의 이 조치를 `금융제재’로 규정하면서 지난해 11월 열린 5차 1단계 6자회담에서 금융제재 해제를 처음 요구하고 나선 이후 BDA 문제는 10개월 가까이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핵심 이유가 되고 있다.

◇사태 전개 = BDA의 북한 계좌 동결로 인해 묶인 북한 돈은 2천4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올 4월13일 일본에서 “BDA의 동결자금을 내 손에 갖다 놓으면 되며 그 자금을 손에 쥐는 순간 회담장에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사태는 이미 2천400만달러를 돌려주면 해결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중국은행(BOC)의 마카오지점내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이 상징적으로 말해주듯 전 세계 은행들이 미국의 철퇴를 맞을까 두려워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꺼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BDA를 통한 사실상의 대북 금융제재는 베트남.몽골.싱가포르.홍콩 등 북한과 거래해온 나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이제는 설사 BDA 문제만 해결된다고 해서 북한이 과연 회담에 복귀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감돌고 있다.

미국은 특히 7월 유엔의 대북 결의문 채택 이후 북한이 개입된 대량살상무기(WMD ) 관련 자금흐름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북한 돈줄 옥죄기에 맹렬히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 차관은 지난 8일 “전 세계적으로 약 24개 금융기관들이 북한과 자발적으로 거래를 끊었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결의문 채택이 이런 경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자금 중 불법과 합법의 구분이 거의 없다”는 레비 차관의 말은 WMD 또는 불법행위와의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북한과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북한 고통 어느 정도인가 = 한 정부 관계자는 “BDA 조치에 대해 북한이 내 지른 비명소리가 너무 컸던 게 문제였다. 그 때문에 미국은 드디어 북한을 압박할 제대로 된 카드를 찾아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6자회담이 이행될 때 얻을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포기해가면서까지 BDA 문제에 집착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이 금융제재로 인해 보고 있는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전문가 또는 정부 당국자들 간에도 견해가 심하게 엇갈리고 있다.

송금루트가 차단됨에 따라 북한의 대외 무역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북의 전체 연간 대외 무역량이 30억달러이며 그 중 한국.중국과의 교역량이 25억달러 가량을 차지한다는 일반의 분석을 감안하면 실제 입는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분석도 가능한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BDA 제재조치로 북한이 입은 피해액을 추정해 본 적이 있는데 그 결과가 최소 2억달러에서 최대 60억달러에 이르렀다”면서 “밖에서 하는 분석을 통해 북한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적인 금융거래가 차단되면서 북한이 대외거래를 현금으로 해야 하는 상황은 상당한 고통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로 삼는 진짜 이유는 BDA 문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2천400만달러가 북한 최고위층의 비자금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 등도 존재한다.

또한 BDA 조사를 통해 북한이 거래를 튼 상대방의 실체가 드러나는 만큼 WMD 거래와 각종 불법거래 내역들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미 접점 찾을 여지 있나 = 북한은 BDA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대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법집행 차원의 문제로, `협의’로 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BDA 조치를 시행한 이유인 돈세탁, 위폐제조 등 불법행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막바지에 이른 BDA 조사에서 나름의 성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북미간 실무차원에서 조용히 해결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마카오가 중국 영토인 만큼 중국이 대신 2천400만달러를 북에 제공하는 방안, BDA내 북한 계좌 중 문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 `무혐의’ 계좌에 있는 돈은 풀어주는 방안 등이 외교가에서 회자됐으나 `설’에 그치고 있다.

결국 BDA 문제는 북한이 BDA와 6자회담간의 연계 고리를 풀고 무조건 6자회담에 복귀하거나 북미간 양자대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금융제재 문제에 관한 한 강경 일변도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이 최근 들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는 BDA 문제까지 논의하는 북미 양자대화를 할 수 있으며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보인다면 `6자회담의 틀’은 회담 개최 전 시점에 까지도 확대해 해석할 수 있다는 융통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런 태도에 대해 현재까지 별 반응이 없다.

하지만 현지시간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진전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면 BDA 문제 논의 보장 등을 조건으로 회담에 나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존재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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