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고소장 공방’ 의미와 전망

북한에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들이 최근 남한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자 탈북한 납북자들도 북한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사상 초유의 남북 간 소송행위로 이어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고소장이 법원에 직접 제출된 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 간접 전달됐고 국내법적으로도 소송 구조상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법적 해결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시각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전향 장기수들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낼 수는 있지만 이는 소송법적으로 법원 및 당사자에 관한 소송 요건에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즉, ▲북한 주민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갖는 법원이 어디인지 ▲직접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는 실정상 북한 주민이 남한에 소송 위임을 적법하게 했는지 ▲소송제기가 본인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인지 등의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과거 정권에 의해 비전향 장기수들이 받은 피해 입증이 쉽지 않고 시효(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도 지난 데다 남한 정부를 부정한 이들에게 남측이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남측 법원에 고소장을 내지 않고 판문점을 통해 인권위 등에 고소장을 전해 달라고 제출한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소송 제기에 큰 의미가 없고 승소 가능성도 낮다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법원 판단에 따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인권위가 비전향 장기수들의 요구를 남측 정부에 전달하든지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자체 해결해 달라는 의미로 읽혀지 는 것으로, 결국 남한 정부의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납북자들이 북측을 상대로 낸 소송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국내 법원에 북한 조선노동당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는 있지만 피해 사실의 입증이 쉽지 않고 승소한다고 해도 북한은 현재 실효적으로 ‘미수복 지구’에 해당돼 강제적 민사집행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의 ‘고소장 공방’은 법적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과거 양측간 부당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점을 각 정부가 전향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고도의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 문제가 법원에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통일부나 인권위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법적 해결’보다는 정부 당국의 판단에 따른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도 “납북자가 북한을 상대로, 비전향 장기수가 남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 회부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은 특별법 제정 등 정부의 외교적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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