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 문제 실체는 뭔가

북한이 `2.13 합의’ 이행 과정에서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HEU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 `HEU’와 `HEU프로그램’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발언 내용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도 엿보인다.

HEU는 2차 북핵위기를 촉발시킨 근본 원인으로 오래된 사안이지만 그동안 북.미는 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서왔다는 점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막는 장애물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 HEU 문제란 =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원소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2가지다.

북한의 작년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만든 핵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하나의 방법은 우라늄을 농축해 제조하는 것인데,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대통령 특사로 방북한 자리에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른바 2차 북핵위기의 시작이었다.

미국은 곧 북한이 1994년 체결된 제네바합의를 파기했다며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통해 매년 주던 50만t의 중유 지원을 중단했고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봉인을 제거하고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서 탈퇴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2003년 8월 북핵문제를 다룰 제1차 6자회담이 시작됐지만 북미 양국은 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놓고 줄곧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대치했다.

미국은 “켈리 차관보가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면서 HEU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한 반면 북한은 “미국이 있지도 않은 우라늄 농축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면서 일관되게 반박해 온 것이다.

이처럼 북.미가 존재 여부를 놓고 강하게 맞서면서 9.19공동성명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됐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 북한, HEU 보유하고 있나 = 정부는 그동안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여러 근거를 토대로 `HEU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여기서 더나아가 20일 국회 통외통위에서 북한이 HEU프로그램을 갖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또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브리핑에서 HEU프로그램에 대해 “프로그램은 ‘개념도’만 있어도 프로그램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도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듯 북한이 `HEU’를 만들려는 계획만 세웠어도 ‘HEU 프로그램’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이 HEU프로그램을 통해 우라늄을 농축, 실제 고농축우라늄(HEU)을 보유했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했다는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20여기를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하지만 원심분리법을 이용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의미있는’ 양의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설사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했더라도 `실험실’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과거 미국이 칸 박사가 평양에 자주 나타난 것을 강조하며 HEU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자 “정황적 증거가 될 지언정 실체적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HEU를 상당량 생산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이 이미 핵무기 재료를 플루토늄에서 고농축 우라늄으로 대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강경파 사이에서도 북한이 HEU 보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북한에 HEU가 있다는 어떤 정보도 없다. 구체적으로 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 혼선을 가져왔다.

이 장관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북한이 `HEU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돼 그동안 정부의 모호한 태도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장관의 발언은 HEU의 존재를 부인한다기 보다는 실제로 관련 정보가 없다는 의미에 무게를 둔 것”이라며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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