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의주 특구 개발설’ 재대두 배경

북한의 ‘12.1조치’로 개성공단의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북한이 2002년 추진하다가 중단했던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설이 최근 다시 대두돼 진위와 배경이 관심을 끈다.

신의주 특구 추진설은 특히 북한이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상주인원 축소 등이 담긴 ‘12.1’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룻만인 25일 새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의주 산업시설을 시찰했다는 북한 언론매체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신의주 특구 개발을 추진했지만 특구가 경쟁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 중국측의 견제로 사실상 중단됐다.

중국 당국은 당시 북한이 신의주 특구의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했던 중국인 양빈을 탈세 혐의로 전격 체포해 재판에 회부했고, 게다가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특구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재등장한 신의주 특구 추진설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타당성 있고 실제 추진되고 있다는 의견과 현실성이 없고 실제 개발이 추진된다고 해도 물류단지 정도일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신의주 특구 개발을 염두에 두고 개성공단을 축소 혹은 폐쇄하려 한다고 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신의주 특구와 개성공단에 대한 조치는 별개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재론 =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과 올해 초 북한주재 중국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도 신의주 문제를 몇번 논의했고, 중국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도 신의주 개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신의주 개발과 관련해 남한과 유럽쪽 기업인들과 만나 국내의 모 기업엔 전력을 깔아달라고 요청했고, 다른 일부기업엔 제조업을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왕자루이 부장이 방북했을 때 신의주 건을 포함해 수년에 걸쳐 200조원의 대북 경제투자를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이 처음 거론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대사관을 방문했던 작년 3월인데, 왕자루이 부장이 방북했을 때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의 요녕성이 단둥과 신의주의 연계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입장은 모르겠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신의주와 단둥 연계개발이 북중간 경제협력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당초 양빈의 행정장관 임명에 반대했던 것은 “중국측과 사전협의가 없었고 중국측에 민감한 카지노 문제 때문이었다”며 “중국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특히 “10.4남북정상선언에서 철도는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연결하는데, 도로는 개성-평양 구간 뿐이고 평양-신의주 구간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며 “평양-신의주 구간은 북한과 중국간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회의론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특구설이 어디서 나왔는지 몰라도 쉽지 않다”며 “신의주에 개성공단 같은 것을 세운다면 동북 3성을 개발 중인 중국이 반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양 교수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공단 건설을 북한과 추진할 때 신의주도 고려했을 텐데 중국이 크게 반대해서 개성으로 낙점됐다”며 “2002년 중국의 양빈 체포 건도 그의 범죄 사실은 지엽적인 것”이고 신의주 특구 개발에 대한 반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신의주 공단에서 생산된 질좋은 상품이 중국 상품과 경쟁하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것.

양 교수는 특히 “신의주 특구설은 지난해 중반 북한과 사업을 해온 권오홍씨 주변에서 많이 흘러나왔었다”고 상기시키고, “홍콩의 모 투자자문 회사가 (북한측의 요청으로) 신의주 특구개발관련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신빙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신의주 특구개발에 중점을 뒀다면 지난해 10.4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이 거론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협력팀장 역시 “신의주 특구설은 타당성이 없다”며 “만약 추진한다고 해도 개성공단에서 남한 기업을 쫓아내려는 분위기에서 다른 어떤 기업이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김정일 위원장이 신의주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언제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과거 중국이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했던 계획인데, 상황 변화가 있는 것인지 중국의 입장이나 생각이 현재로선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신빙성을 낮게 봤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홍콩 기업이 예전에 한번 신의주에 투자하려던 적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방문했다고 해서 신의주 개발까지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고 “중국은 대북투자에 관심이 높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평복 코트라 중국팀장 역시 사견을 전제로 신의주 특구개발은 신의주의 지리적 제약상 “그림이 안그려진다”며 “개성은 한국에서 갖고 올라가면 되지만 신의주는 중국에서 조달하거나 배로 실어날아야 하고 중국이나 한국 기업을 유치한다는 것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신의주에 무역센터 등 유통단지를 개발할 수는 있으나, 그 역시 단둔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기 대문에 굳이 신의주에 따로 만든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2년 신의주 특구 얘기가 나온 것도 개성공단이 없을 때”라고 덧붙이고 “혹시 나중에 뭔가 된다면 위화도 등에 위락시설 정도가 들어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남 압박 카드론 =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신의주 특구의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이 특구 개발설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센터장은 “신의주 특구 개발설은 북한이 개성이나 금강산을 완전히 닫을 경우에 대비한 대안이나 남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문수 교수도 “실제 그런 카드를 제시할 것인가의 문제와는 관계없이 북한이 압박용 카드로서 만지작거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신의주 방문이나 특구 개발설이 대남 압박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관측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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