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보유국’ 명기 美보고서 의미와 파장

미국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기, 그 이유가 주목된다.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USJFCOM)는 지난 달 25일 발간한 `2008 합동작전 환경평가보고서(The 2008 Joint Operation Environment)’에서 아시아에 5개 핵무기 보유국이 있다면서 북한을 5개 핵무기 보유국 중 나라로 거론했다.

지난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한 뒤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일방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식 밝혀왔다.

이는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이 `부분적 성공’에 그쳤다는 정보 판단에 근거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핵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의 핵무장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미 정부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미국의 핵정책은 물론 외교정책.국방정책.한반도 정책 등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보고서가 단순 실수인지 아니면 장차 미국의 정책변화를 시사한 것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단순 실수라면 별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정부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연례보고서에서 이런 실수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공신력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실수라고 하더라도 군 당국의 공식 보고서에서 이런 `실수’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미군 당국의 인식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는 있다.

미군 당국은 이미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이번 보고서에 이런 인식이 묻어 있는 것이라면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군 및 미국 정부의 북핵문제 접근방법에 상당한 변화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봄 미국을 방문했던 이명박 정부의 한 고위 인사도 한국언론 워싱턴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개인 생각’이라고 언급했다가 발언의 중대성을 뒤늦게 알고 서둘러 취소한 적이 있다.

그동안 미국이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냐고 일부 전문가들이 `오해’할 만한 사례가 간혹 있었다.

미국이 북한 핵프로그램의 폐기보다 북한이 만들었을 지 모를 핵무기와 핵물질의 해외이전 등 핵확산 차단에 주안점을 둔 게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로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문제와 관련, 엄청난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된다.

이는 당장 핵확산저지 노력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또 현재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자극하는 것은 물론 핵개발 능력을 갖추고도 핵개발을 자제해왔던 일부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핵경쟁에 나서게 할 수도 있다.

핵프로그램 폐기에 초점을 맞춰온 북핵 6자회담도 북한의 주장대로 군축협상으로 성격이 완전 바뀌게 되고, 협상테이블에서 북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돼 대북협상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으로선 엄청난 안보적 위협을 직접 떠안게 된다. `설마 ‘하던 위협을 현실에서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정부 차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은 나름대로 강구해왔겠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될 경우 대북정책, 국방정책, 외교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적으로 당장 한국도 핵개발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외교적으로도 큰 마찰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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