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불능화를 재개하고,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최근의 북.미 협상을 놓고 미국내 대북 강.온파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내 진보.보수 세력의 대변자격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설을 통해 정면으로 맞붙고 있는 것이 논쟁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악의 축’ 창립멤버인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대가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에게 자신들이 핵물질을 숨겨 놨을 수도 있는 장소를 제외한 모든 곳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비꼬았다.
북한의 핵 시설과 핵 물질에 대한 무조건적 접근을 요구했던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양보해 양측이 합의한 장소에 대한 사찰로 물러서고, 북측이 요구해온 테러지원국 해제를 수용한 데 대한 비판인 것이다.
신문은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대북특사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폴라 드서터 검증.준수.이행 담당 차관보를 제쳐 두고 협상을 진전시킨 것은 국무부 내부에서 조차 서로 신뢰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이번 발표가 있기 불과 몇 시간전 북한 언론은 와병설이 돌던 김정일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면서 “사진속에서 김정일은 웃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도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부시 정부의 대북 굴복은 중대한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북한에 무릎을 끓음으로 인해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란에도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미리 알려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4일자 사설을 통해 “대북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굴복은 아니다”며 공식 반격에 나섰다.
신문은 “이번 협상에 사용된 단어들이 모호하고 기밀한 것이어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최악의 충돌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최근 몇 주 동안 양측은 위험한 치킨 게임(한치의 양보 없이 극단적으로 대결하는) 양상을 보여왔다”며 “미국은 사찰단이 어떤 장소든 접근해서 어떤 것도 볼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해 온 데 대해 북측은 영변 핵시설 접근을 차단하고 플루토늄 생산 재개로 위협했으며, 두번째 핵실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을 통해 핵 검증과 관련, 북한은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및 다른 연구시설, 양측이 동의하는 장소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면서 핵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고, 이로 인해 부시 대통령은 최소한 자신의 임기동안 북한 정권이 더 이상 플루토늄 생산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번 협상이 `굴복’이라고 주장하는 미국내 대북 강경파들에게 “지난 6년동안 딕 체니와 다른 강경파들은 북한과의 어떤 심각한 대화도 꺼려 왔으며, 그동안 북한 과학자들은 최소한 4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면서 “그들의 전략은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지난 2006년 핵실험 장소에 대한 보다 진전된 사찰을 허용해야 하며, 이 장소에서 핵물질 시료를 채취하도록 허용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NYT는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영원히 포기할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차기 대통령은 인내심과 조심성, 그리고 유연성을 동시에 갖고 이 협상이 진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