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공작원 접촉’ 대형 간첩사건 터지나?

민주노동당 간부 등과 함께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혐의로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재미교포 장모씨가 한국에 거점을 두고 ‘고정 간첩’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에 대해 공안당국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공안당국이 장씨의 최근 수년 간의 미심쩍은 행적 등을 근거로 조사 중인 간첩활동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대중 정부 이후 최대 공안사건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장씨의 자택 등에서 압수한 각종 자료를 분석하면서 장씨가 평소 빈번하게 접촉했던 정치권 인사 등의 주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파문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386’에 공안 태풍 부나 = 장씨는 1981년 사립 S대에 입학했다가 이듬해인 1982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수년 간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씨가 현지에서 미군에 입대했으며 1983년 미국의 그라나다 침공 반대운동으로 투옥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이후 한국에 들어와 IT업계에 종사했으며 운동권 출신 386세대들과 폭넓은 교분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장씨가 1989년과 1998년, 1999년 세 차례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 3월 중국에서 민노당 간부 등과 대남 공작원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은 장씨가 여러 차례 북한을 드나든 점으로 미뤄 한국을 거점으로 활동한 ‘고정간첩’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10여년 전부터 장씨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장씨가 올 3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는 자리에 이정훈 민노당 전 중앙위원 등이 동행한 사실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장씨가 재야 운동권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음을 반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 ‘깐수’이래 최대 공안사건?= 장씨의 고정 간첩 활동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1996년 구속된 ‘깐수’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와 1997년 서울대 고영복 교수, 1998년 ‘지하가족당’ 심정웅씨 사건 이래 최대 공안 사건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사 초반 장씨와 함께 공작원을 만난 혐의로 민노당 관계자 등 4~5명이 함께 용의선상에 오르는 등 수사 대상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서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들이 모두 1980년대 대학생활을 하면서 학생운동으로 연결된 인맥이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386 운동권과 친분을 쌓은 장씨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북한 공작원과의 접촉을 주선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만 ‘직파간첩’ 정경학씨, 국내 정보를 북한 공작원에 넘긴 화교 정모씨, 북측에 충성서약이 담긴 CD를 건넨 범민련 간부 우모씨 등을 잇따라 기소한 공안당국이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수사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내사가 이미 충분히 진행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설령 이들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다 하더라도 북한을 위한 구체적인 스파이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간첩’ 혐의는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사자들이 “사업상 중국에 갔을 뿐 북한 공작원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이 사건이 ‘간첩 사건’으로 비화할지는 조사가 좀 더 진행돼봐야 안다는 게 공안당국의 설명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장씨가 북한을 드나든 만큼 고정 간첩 역할을 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하지만 수사 초반이어서 이들의 혐의가 무엇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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