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성명’ 6자회담 진전 모멘텀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21개 참가국 정상들이 최근 북한 핵 문제의 긍정적인 진전을 환영하고 `9.19 공동성명’의 성실한 이행을 권장하고 나서 향후 6자회담에서 이행방안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한중,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보다는 해결의 장(場)으로 유도하는 화해의 메시지가 나온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 정상회의 의장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9일 오후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구두성명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성명에서 APEC 정상들이 최근 6자회담에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긍정적인 진전들이 이뤄진 것을 환영하고, 이로써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제4차 6자회담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공동성명을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성실히 이행할 것을 권장했다고 밝혔다.

구두성명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 5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태평양 역내 21개국 정상들이 북핵문제와 관련해 `총의’를 모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아태지역에서 무역ㆍ투자를 자유화하고 원활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구두성명에 북한은 핵포기를 약속하고 다른 5개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동성명을 이행하라는 의지가 담겼으며 그런 점에서 매우 균형잡힌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북한을 소외시키는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 `문서’가 아닌 `구두’ 발표를 선택했고, 북한을 겨냥한 듯한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대북 성명이 아닌 북핵 성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게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구두성명은 2002년 10월 말 멕시코 로스 카보스 APEC 정상회의에서의 대북성명(Leaders’ Statement on North Korea)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로스 카보스 대북 성명이 그 직전인 10월 초 제임스 켈리 전(前)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방북 이후 촉발된 제2의 북핵위기에 대한 우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이번 성명은 9.19 공동성명 채택으로 북핵문제가 해결의 돌파구를 찾은 가운데 나왔다는 점이 두드러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의 상황이 북핵위기가 불거진 직후에 개최된 로스 카보스 APEC 정상회의와 6자회담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때에 열렸던 2003년과 2004년 APEC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9월19일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와 상응조치, 관련국간 관계정상화 등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이 채택됐고, 이달 9∼11일 제5차 1단계 회담에서 이행방안에 대한 기초작업이 이뤄진 만큼 이제는 한반도 비핵화의 길이 열렸다고 보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로스 카보스 대북 성명이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면 이번 구두성명은 긍정적인 상황 인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경주에서의 한미 정상회담과 하루 앞선 16일 서울에서의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대북 메시지도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록 새로운 제안은 없었지만 양 정상이 북핵 불용(不容), 평화ㆍ외교적 해결, 조속하고 검증가능한 핵프로그램을 폐기 등 북핵 3원칙을 재확인하고 9.19 공동성명을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함으로써 긍정적 모멘텀을 유지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의 메시지는 이보다 적극적이다.

노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계속 성의를 가지고 신축성을 보여줘야 하며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해 회담의 프로세스가 계속 진전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성의’와 `신축성’이라는 표현은 북미간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공동성명의 기본 원칙을 살려나가도록 쌍방이 탄력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했던 후 주석을 통해 전달된 “공동성명은 매우 긍정적 의미가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급도 주목해 볼 만하다.

18일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수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 한일간 협력이 잘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제5차 2단계 회담의 개최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미 1단계 회담에서 북미 간에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금융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터여서 이 회담의 개최 이후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담은 북미 양국의 6자회담 수석 또는 차석대표, 그리고 금융 전문가가 참석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된 사전협의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간 뉴욕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APEC 정상회의와 그 행사를 계기로 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간의 양자회담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19일 부시 미 대통령의 방중을 통한 미중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가능하면 내년 1월 중에 제5차 2단계 6자회담을 열어 공동성명 이행방안 협의를 재개하고 합의를 도출한다는 복안을 갖고 관련국과 구체적 협의를 해간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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