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평양사무소 대표]”북한경제, 중앙통제 많이 벗어났다”

▲ 함경북도 회령 장마당 (사진:RENK)

지난 2002년 7월 1일 북한이 ‘경제관리개선조치’ 시행 이후 민간경제의 탈(脫) 중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2일 <세계식량계획>(WFP) 평양사무소 리처드 레이건(Richard Ragan)대표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탈북자 관련 학술회 때 밝힌 ‘변화된 북한주민의 실생활에 대한 발표’ 내용의 일부를 보도했다.

레이건 대표는 경제관리개선 조치는 우선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가 지방적 차원으로 분산화 되는, 일종의 탈 중앙화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이나 도에 소재한 별로 중요하지 않는 소규모 산업 단위의 장들은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예전과는 아주 다른 방법으로 지역 주민들을 관리하도록 요구받게 됐다”며 “지방 관리들은 중앙정부 관리들에 비해 세계식량계획 측에 한결 유순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지 주민에 대한 접근문제를 협상하는 데 있어 지방 관리들이 중앙 관리들보다 훨씬 더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것은 탈 중앙화 현상의 확산으로 인해 자신들이 직접 지역이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됐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방 관리들은 자신이 담당한 지역에 왜 꼭 식량배분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세계식량계획 직원들에게 직접 확신시켜야 한다”며 “지방 관리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의 변화된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레이건 대표는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의 민간경제시장의 활성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에는 국가경제, 시장경제, 군사경제로 나뉘는 세 가지의 경제가 있지만, 현재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시장경제”라며 “이전에도 중앙에서 통제하는 형태의 시장은 있었지만, 경제관리개선조치를 계기로 북한정부는 시장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시인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레이건 대표는 경제관리개선조치는 엄청난 물가상승을 가져와 일반 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퇴한 학교 선생님의 연금을 예로 들자면, 연금으로 받는 돈은 한 달에 고작 800원에서 1200원 정도”라며 “현재 1달러의 실질환율은 2,600원에서 3,000원 선으로 북한에서 순수입으로 살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처음 경제관리개선조치가 시행되었을 당시 임금조정도 있긴 했지만, 문제는 임금조정에 비해 물가 상승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면서 “현재 시장에서는 쌀 1kg당 600원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쌀 1kg을 사기 위해 한 달 월급의 반 정도를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래이건 대표는 북한에 공식적으로 상주하는 유일한 미국인으로서, 평양의 외국인 거주지역에 살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