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오라버니들 만나니 반갑습니다”

“오라버니들 만나니 반갑습니다”, “동생을 보니깐 마음이 놓이네요. 밝고 건강하고 그래서.”

어머니 김경순(92)씨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병순(61.남)씨와 북측의 사촌여동생 영희(45)씨는 명절 때 한자리에 모인 가족.친지들처럼 정답게 대화를 나누면서 오누이의 정을 확인했다.

휠체어를 타고 비스듬히 앉아있는 고령의 경순씨와 북측의 막내 여동생 애실(66)씨만 아니라면 이산가족인지 모를 정도였다.

7남매 중 맏이였던 경순씨는 6.25전쟁 당시 남편, 아들과 함께 고향인 평북 정주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왔다.

“저도 북쪽에서 태어났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병순씨는 북측 여동생 영희씨에게 “동생은 뭐 합니까”라고 말을 건네며 북쪽 친지들의 근황을 물어봤다.

5남매의 어머니라는 영희씨는 “평양 대동강구역 문수동에서 살고 있고, 김만유병원에서 20년동안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다, 병순씨가 “아, 재일동포가 지은 것”이라고 말하자 굉장히 반가워했다.

병순씨는 베이지색 저고리에 연분홍색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나온 영희씨에게 “정말 영희 동생 보니까 젊고 건강하고 해서 오빠가 마음이 든든하네”라며 “가족들 잘 돌보세요. 앞으로 통일되면 서로 왕래하면 만날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고, 영희씨는 밝은 목소리로 “예 맞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병순씨는 또 “어머니가 몸이 쇠잔해서 그렇지 기억력은 참 좋습니다. 이북의 가족에게 해 줄 이야기를 필름에 담아놓은 것이 있어요”라고 소개했다.

남측의 맏언니 경순씨는 뒤늦게 고개를 들어 낮은 목소리로 “동생, 올케 반가와. 말을 잘 못해서 미안해”라고 인사를 건넸고, 북쪽의 여동생 애실씨와 올케 김복명(73)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병순씨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향의 친지들이 그리워 밥상머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할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 연세가 많으셔서 그렇지 마음 같아서는 왕래가 돼서 손이라도 잡았으면 좋아하실 것인데…”라며 눈물을 닦았다./연합